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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밖의영상들

얼라이드(Allied) - 로버트 저멕키스 (170306 - VOD)

by 길철현 2017. 3. 7.

저멕키스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백 투 더 퓨쳐]이다. 요상한 기계가 아닌 드로이안이라는 자동차를 타고 시간 여행을 하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우리를 흥분시켰던 영화. 나는 이 영화를 대구의 [만경관]이라는 영화관에서 여동생 및 여동생 친구와 같이 봤는데, 여동생은 영화가 끝나자 한 번 더 보고 나온다고 했다(그 때는 그것이 가능했다). 이 영화가 우리를 매료시킨 요소는 여러가지가 있지만(키는 작지만 매력적인 마이클 제이 팍스, 그리고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플럭스 커페서터 뭐 어쩌고 하면서 말이 되는 것처럼 말을 만들어 나가는 괴짜 브라운 박사(크리스토퍼 로이드. 이 사람은 [택시]라는 시트콤에서도 코믹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리고 약간은 맹한 데가 있어 보이는 리 톰슨 등) 아슬아슬한 근친상간적인 부분도 분명 한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로부터 또 30년이 지났다. 재작년에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3D 영화 [하늘을 걷는 남자 The Walk]를 춘천 CGV에서 아이맥스로 보았다. 위험 앞에 굴하지 말고 당당하게 맞서서 나아갈 것을 강조한 이 영화는 상당히 감동적이었고, 지금은 사라진 [무역 센터] 쌍둥이 건물 사이를 줄타기로 건너는 모습이 아찔하면서도 스릴이 넘쳤지만, 내용이 단조로워서 그랬는지 관객 동원에는 실패했다.


이번의 영화도 실화에 어느 정도 기반을 둔 영화인데, 역시나 감동적이지만 뭔가 2프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영화가 너무 정석적으로 흘러 반전이 없다는 것이리라.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지만 상황이 한 쪽으로 하여금 비밀을 갖게 만들고, 나라를 배신하는 일을 저지르게 되고, 결국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살을 한다는 것은 너무 신파적이지 않는가? 거기다 전반부에서의 마리안 부세주르(마리옹 꼬띠아르)의 활력이 넘치고 기지에 찬 레지스탕스의 이미지는 막스 바탄(브래드 피트)과의 결혼 후에는 너무 무력하게 묘사된다. 아기를 인질로 삼았기 때문에 독일 스파이 노릇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큰 설득력을 지니지 못한다. 나에게 있어서 이 영화의 치명적인 약점은 이 부분이다.


적진에 뛰어 들어 적국의 대사를 사살하고 탈출할 정도의 대담한 인물이 - 마리안 부세주르를 사칭한 그녀의 정확한 정체성을 알 수는 없으나 원래 독일의 스파이였는지 모르겠다 - 영국 내에 잠입한 독일 스파이들의 협박에 못 이겨 독일에 협조했다는 것은 전쟁 상황을 생각해 볼 때 납득이 가지 않고 용서받기도 힘들다.


이 영화의 실패는 막스 바탄의 관점에서 전개되기 때문에 마리안 부세주르를 우리는 이해하기 힘든 것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 보려고 했으나, 그것은 안타까운 신파로 끝난 느낌이다.


영화를 보고 났을 때의 느낌은 나쁘지 않았는데 글을 적다 보니까 결론은 이렇게 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