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에서 계속 이어짐]
[고래성]에 이어서 [런던 타운]에서 재석이 형이 집요하게(?) 제기한 문제는 좀 더 큰 차원에서 보자면 우리의 세계관과 연결이 되는 문제이고, 재석이 형의 의견이나 그 반대편에 있는 나(나는 완전히 반대는 아니지만 양자택일의 상황에서라면 반대일 수밖에 없다)나 진우의 의견 모두 나름대로의 논리와 일리가 없는 것이 아니어서 탁신 전체의 생각이 어떤 방향인지 가늠할 정도는 논의가 된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날 2차에는 모두 여섯 명이 남았는데, 술에 취한 재석이 형이, 지난 홍재배 때 A팀을 결승에 올려 보냈으면 하는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A팀과 B팀이 시합을 했고, 모두 알다시피 그 시합에서 이긴 B팀이 결승에 올라갔는데, B팀이 아쉽게도 이금소, 김하준, 신아름으로 구성된 [김영만 탁구클럽 B]에게 석패하고 말았다.
([digression] 우리 팀이 결승전에서 맞붙은 팀의 멤버 중 여자의 이름을 몰라 OK 핑퐁을 검색해 보았는데, 이상하게도 경기 결과를 찾을 수가 없다. 모르는 대로 글을 쓸까, 하다가 약이 올라 검색을 시작했는데, 쉬울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경기 결과가 나를 피해 달아나기라도 한 듯 보이지 않는다. 포기를 모르는 나는 - 그러다가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기가 일쑤인데. 하지만 나는 그 샛길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뭣이 중한데, 정신인가? - [KOREAPINGPONG]이라는 사이트에 가입까지 하면서 여자 멤버의 이름을 알아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재석이 형의 주장을 반박할 근거 하나를 - 이날 시합에 있어서만큼은 - 찾아 냈다. 뜻밖의 수확인데 뒤에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다.
사실 시합에서 B팀이 내가 - 아니 우리 팀 모두가 - 바랬던 대로 깔끔하게 우승을 했더라면, 재석이 형이 이야기를 꺼낼 건덕지도 없었겠지만 경기 결과는 재석이 형이 우려했던 대로였다.
(이 글은 자칫 잘못하면 탁신 내에 분란을 일으킬 수도 있는 문제이고, 글을 쓰는 나 자신이 객관적인 입장에서 글을 쓰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논의해야 할 문제이고 또 그러한 논의를 통해서 탁신이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에 좀 더 무게를 두려 한다.)
술 취한 내 정신은 재석이 형이 제시한 의견- 재석이 형은 술이 취한 가운데서도 자신의 논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였다 -에 동조할 사람이 소수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는데, 투표 결과는 3대 3으로 동률이었다. 재석이 형 의견에 동의한 사람은 김진황과 노민우였고, 재석이 형의 의견에 반대한 사람은 나, 서정연, 김진우였다.
내가 재석이 형의 의견을 공정하게 제시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지만, 기억이 닿는 대로 재석이 형의 의견을 적어나가 보겠다. (내가 재석이 형의 의견을 잘못 전달하거나 왜곡한 부분이 있다면 재석이 형이 좀 수정을 해주면 좋을 텐데, 재석이 형은 나의 글을 읽지 않으므로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을 듯하긴 하다.)
그 전에 뭐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인지, 그 근원부터 한 번 올라가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사실 우리의 고민은 우리 팀에 탁구를 잘 치는 사람이 많은 데에서 오는 행복한 고민이기도 하다.) 내 기억이 미치는 대로 적어본다.
예전에- 아마 10년도 더 된 일인 것 같은데 - 남쪽 어디 - 평택인가? 체육관이 아니고 큰 연회장 같은 곳에서 한 시합이었는데(이걸 찾으려고 하다간 정말 미로 속에 파묻히게 되겠지) 그 때도 탁신이 두세 팀이 나갔고, 외부 선수로 조민철, 이소영(?) 등을 초대했다. 8강 정도에서 A팀과 B팀이 만났는데, 당시 잘 나가던 이춘헌이 조민철을 이겨서 B팀이 올라가자, A팀에서 말이 나왔다(특히 이소영- 이름이 맞는지 모르겠는데-이 '초청을 했으면 우리를 올려보내 주어야지. 이런 법이 어딨냐? 다시는 탁신 이름으로 시합에 나오지 않겠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는 후문이 들려왔다).
그 뒤로도 단체전에서 우리 팀끼리 붙는 이런 일이 몇 번 있었다. 그 중에는 행복한 기억도 있다. 지금은 어림반푼어치도 없지만 예전엔 탁신 2부가 최강이라, 의정부에서 열린 제 1회 니타쿠 배 결승전(2005년이란다)에서는 탁신 A와 B가 붙게 되었다. 시합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었는데, 진검 승부를 하자고 해서 시합을 했었다. A팀이 이겼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용주가 잘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스매싱 전형에서 드라이브 전형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실력 부족으로 난 A팀 후보로 뛰었던 듯하다.)
작년 아산에서 열린 [이순신 배]에서는 서충신, 김병규, 김석태, 김응배 등 2부로만 이루어진 팀이 선,1,2부 단체전에서 쟁쟁한 팀들을 꺾고, 최강 멤버로 짜여진 A팀과 함께 결승에 올랐다. 우리 팀끼리 시합을 할 필요도 없었고(그 때만 해도 단체전 상금은 모두 회식비로 썼다) 지친 데다, 시간도 늦고 해서 A팀을 우승 팀으로 B팀을 준우승으로 했다. 실력이야 A팀이 났다 하더라도, 회장님을 비롯하여 - 회장님은 항상 너무 양보만 해 - 연장자들로 이루어진 B팀에게는 좀처럼 오기 힘든 기회이므로 명목상으로라도 우승팀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번 시합에서는 탁신 A팀과 B팀이 4강에서 만났다.
[또 하나 생각이 나서 적는다. 회장님이 본인의 생각과는 달리 잘못 적은 글을 삭제했는지 찾을 수가 없는데, 탁신이 공식적으로 참여하는 시합 - 즉 단체전 비용을 지원하는 시합에서는- 팀 구성원이 상금의 50퍼센트를 갖고 나머지는 회식 비용에 충당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회장님이 단체전에서 받은 상금도 전액 팀 구성원끼리 나눠갖는다는 식으로 쓴 글이 있었는데 - 이것 또한 이번 시합에서 문제가 된 것이다 - 그 글은 회장님이 실수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상금 문제에 있어서는 개인전 상금은 본인이 다 갖고, 단체전은 50퍼센트만 갖는다는 것이 탁신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이 문제는 우선 개인과 단체, 이성과 감성, 보수와 진보의 문제 등이 한데 엉켜져 있어서 생각할 것이 머리가 뽀개질 정도로 많다. 이 엉킨 실타래 같은 문제를 하나하나 적어나가본다. 먼저 재석이 형 이야기다.
"단체전에서 우선 고려되어야 할 것은 '탁신'이라는 이름이라고 봐. 탁신 A냐 B냐 하는 것보다 우리 탁신이 우승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사람들이 탁신 A가 우승을 했는지 탁신 B가 우승을 했는지 그것에 무슨 관심이 있겠느냐? 그리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 탁신 A가 탁신 B보다 실력이 좀 더 낫다고 한다면 우리 팀끼리 만났을 때는 상황을 잘 살펴서 양보를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내 생각에는 이번 경우에도 탁신 A가 결승전에 올라갔으면 우승을 했을 거라고 봐."
이 정도가 재석이 형의 대체적인 논지였다. 여기다 탁신 A가 탁신 B가 붙으면 제대로 실력 발휘가 어려운 면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내 생각에도 남규와 재성이의 시합에서 남규가 전력을 쏟았는지에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공격력이 좋은 재성이가 핸디 게임에는 강하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 승훈이와 연우의 시합, 태신이와 명심이의 시합에서는 서로 전력을 다 한 듯하다.)
재석이 형의 의견에 반대하는 진우의 의견도 생각이 닿는 대로 적어본다.
"먼저 우리가 A팀이 B팀보다 낫다고 하는 것부터 문제가 있어요. 선발전을 하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국가대표도 아닌 동호회 팀이라 선발전을 따로 할 시간적 여유도 사람들의 참석도도 높지 않다) 그냥 임의로 뽑은 것이잖아요. 그리고 만약 팀원 중 한 명이라도 시합을 하고 싶어 한다면 누가 그것을 막을 수 있겠어요. 양보를 하고 하는 것은 스포츠맨 십에도 어긋나고, 장기적으로 볼 때 서로의 탁구 발전에도 저해되는 것 아닌가요?"
재석이 형과 진우의 입장 차이에는 한 사람은 경기에 뛰는 당사자이고, 한 사람은 아니라는 점의 차이도 있다. (3,4부에서는 A팀과 B팀의 전력 차이가 크지 않거나 없다. 이번 시합에서도 A팀은 2회전에서 떨어진 반면 B팀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 와중에 A팀이 진 팀도 꺾었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닥친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재석이 형은 A팀이 우승할 확률이 더 높다고 했는데, 이번 시합만을 두고 볼 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우승팀을 놓고 볼 때 확연히 드러난다. 이번에 우승한 팀은 A팀이 아니라 [김영만 탁구 클럽 B]였다. 김영만, 김진혁, 윤한미로 이루어진 우승 후보인 김영만 A팀을 꺾은 것이 바로 탁신 B였다. 바꿔 말하자면 이날 B팀의 컨디션, 특히 명심이와 재성이의 컨디션이 상당히 좋았다.
우선 이 문제를 서로 맞붙게된 당사자들에게 맡길 것인가? 아니면 탁신 전체가 의견을 모아야 하는가? 여기까지 쓰고 보니 사실 이와 유사한 문제로 탁신에 더 이상 나오지 않는 몇몇 회원들이 있다. 우리가 탁신 이름으로 탁구 대회에 성적을 내는 것이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내 생각에 그보다 우선시 해야 할 것은 탁신 멤버들의 화합이 아닌가 한다.
사람들의 의견은 다를 수밖에 없고 그것이 오히려 바람직한 상태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은 그 다른 의견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결론을 도출해 내어야 한다. 거기에서 누군가는 만족을 얻고 누군가는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쌩뚱맞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나에게 큰 감동을 주는 것은 이러한 우리의 현실을 훌쩍 뛰어 넘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의 경기에서는 서로가 각자의 룰을 적용하여 모두가 1등이다.) 상황이 주어졌을 때 다수가 공감할 수 있고 상처 입는 사람이 가장 적을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리라.
이것으로 3월 모임 후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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