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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여는 말

다시 또 다시

by 길철현 2017. 4. 29.

 

한 달 이상 근육통과 그 후유증에 허덕이고 있다. (왼쪽 엉덩이 근육과 오금 윗부분에 다소 통증이 생겼는데, 엉덩이 근육통이 아파봐야 얼마나 아플까 했다. 하지만 휴식을 취하지 않고 계속해서 탁구를 쳤더니만 통증이 점점 더 심해졌고, 마사지와 물리치료를 받아도 통증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일단은 며칠 쉬기로 마음을 바꾸었는데, 사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많이 지쳤던 모양으로, 탁구는 물론 공부도 놓아버리고, 내 정신은 또다시 정처 없이 떠돌기 시작했다. 무력증이 찾아오는 듯했다. 어느 토요일엔 병자처럼 누워서 영화를 네 편이나 봤다. 주어진 일들만 하고 시간이 나는 대로 여기저기 차를 몰고 쏘다녔다. 예전에 마음이 우울할 때 돌아다녔던 곳들을 다시 돌아다니고 있었다. 몇 년 만에 찾은 고모리 저수지는 산책로를 예쁘게 꾸며 놓아 몇 번이나 찾았고, 또 한 십 년 전쯤인가 찾았던 우금저수지와 삼밭골, 그 뒤에 있는 이름모를 산의 임도. 세계최대의 단일석 와불이 있는 버려진 절인 성광사. 화정의 거리를 막무가내 걷기도 하고, 지지난 주에는 강화도까지 차를 몰고 갔다가, 읍내에서 바로 올려다보이는 산으로 올라갔는데 그 산의 이름은 남산이었고, 그 산에서 내려다 보이는 국화저수지까지 공동묘지를 지나 걸어갔는데, 그 길을 걸어 내려올 때만 해도 무력증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그전 주엔가는 내가 군 생활을 했던 평택 안정리의 캠프 험프리즈까지 가기도 했다. 지난주 금요일엔 또 멀리 차를 몰고 가서 서산 마애불을 보러 갔는데 관람시간이 지나서 산신각으로 올라가 먼발치에서 보고 돌아와야 했다.

 

(또 언제였던가? 지난 일요일이었지. 비둘기낭 폭포. 관인. 고석정. 자등리(여기서 좀 내려서 걸었지), 와수리, 수피령. 다목리. 사창리. 춘천댐(춘천 댐으로 들어서기 전의 북한강의 경치와 물빛은 또 왜 그리도 아름다웠는지?). 임람리(덧붙임 - 어디를 잘못 쓴 것일까?). 용화산(올라가려다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릴 듯해서 포기). 그리고는 춘천에 들어오는 길에 있는 나지막한 산에 올랐는데 그 산이 봉의산(301미터). 봉의산 아래에는 한림대가. 옥산가에서 몸을 씻고 대선 토론회를 보았지.)   

 

내 인생이 현재의 시점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 점점 더 고조되고, 나름 돈을 벌려 애를 썼지만 항상 수입보다는 지출이 많고, 왜 나는 이 모양 이꼴일까, 하는 자책감이 점점 더 커지더니, 드디어 가슴이 묵직해지고, 일어나는 것이 힘이 들고, 강의하는데 말이 헛나가고, 적당한 말을 찾기가 힘이 들어지고, 기억도 불분명의 자리로.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예전처럼 이 모든 것이 낯설지는 않지 않은가? 이제 익숙해진 것 아닌가? 너무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고, 너무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몇 가지 마음의 정리가 필요하다. 내 안의 나를 이기려고 해서는 안 된다. 내 안의 나를 달래고 이해를 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현재의 당면한 과제인 논문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어 공부를 해야 한다.

 

많이 피곤했고 그래서 좀 휴식을 취했다, 라고 좀 더 긍정적인 방향에서 현재를 해석하고, 그다음 '이제 어느 정도 쉬었으니 다시 걸어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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