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struck(문스트럭)
*감상: 2001년 3월 12일
*감독: Norman Jewison (노먼 주이슨), 87년작, 105분
*출연: Cher--로레타, Nicholas Cage--로니
<감상>
처음 이 영화를 본 것은 지금은 없어진 청량리의 미주 극장에서였다. 당시 괜스레 우울한 가슴을 안고, 별 기대도 없이, 시간 땜이나 하러 혼자 봤던 것인데, 의외로 내 가슴을 보름달만큼은 아니더라도 많이 밝혀주었다. 이번에 비디오로 다시 본 느낌도 좋다. 결혼할 남자의 동생과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만다는 어찌 보면 진부할 수도 있는 사랑놀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나에게 매력적이었던 것은 꼭 꼬집기는 힘들지만, 일상적인 장면들과 대사가 주는 아기자기한 즐거움이 아닌가 한다.
낭만적 사랑--그 중간에 로레타와 로이가 서 있긴 하지만--이 이 영화의 큰 주제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잘 묘사된 이탈리아 계 미국인들의 일상적인 모습과, 삶의 온갖 불행과 힘겨움 가운데도 결국에는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 희극 정신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노먼 주이슨 감독의 영화로는 이 작품 외에 [밤의 열기 속으로 In the Heat of the Night](1967)와 [지붕 위의 바이올린 Fiddler on the Roof](1971)이 유명한데, 안타깝게 도 둘 다 보지는 못했다. 그의 다른 작품들을 본다면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시네 21 영화 감독 사전](한겨레 신문사)에 실린 글이 적잖이 공감이 가서 옮겨 본다. 80년대에 들면서 노먼 주이슨의 경력은 일보 전진, 이보 후퇴라는 표현으로 평가된다. [문스트럭 Moonstruck](1987)과 [온리 유 only You](1994), 최근의 [보거스 Bogus](1996)까지 그는 루비치나 카프라, 스터지스 같은 감독들이 즐겨 다루었던 운명적인 로맨스와 동화 같은 이야기의 부활을 원하는 듯하다. 행복은 그에게 중요한 주제로 보인다. 오케스트라의 솔로처럼 그의 주인공들은 사랑의 완성을 위해 그들 생애의 정점과 영광의 순간을 위해 달려가는 듯하지만, 그가 이러한 로맨틱한 휴머니즘과 화려한 시각티적 디테일에 매달릴수록 상투적인 미장센*과 진부한 내용 전개라는 영화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장센은 카메라의 배치 즉 구도를 가리키는 말(맞나?).
<줄거리>
뉴욕에서 살고 있는 이탈리아 계 미국인인 37살의 로레타는 결혼 2년만에 남편을 사고로 잃고 혼자 살아가고 있는 직장 여성이다. 그녀에게 친하게 지내던 쟈니가 청혼을 한다. 그를 사랑하지는 않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던 로레타는 그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이탈리아에 있는 쟈니의 어머니가 위독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그러니까 한 달 후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다. 쟈니에게는 로니라는 동생이 있는데, 두 사람은 사이가 좋지 않다. 쟈니는 이탈리아에서 전화로 로레타에게 로니에게 찾아가 결혼식에 와달라고 부탁하라고 한다. 로니는 5년 전 결혼을 앞두고 그만 실수로 빵 절단기에 왼손이 잘리는 사고를 당해 약혼녀가 떠나가 버렸다. 불행한 과거를 안고 있는 두 사람은 걷잡을 수 없이 사랑에 빠지고, 보름달이 뜨던 이 날 밤, 잠자리를 같이 하고 만다. 아침이 되자 로레타는 어제의 일을 실수로 돌이키는데, 로니는 이날 저녁 오페라를 같이 보면 모든 일은 없었던 걸로 하겠다고 한다. 로레타는 이날 밤 다시 로니와 같이 자게 되고, 자신이 그를 사랑한다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임을 깨닫는다. 그런데, 이탈리아로 갔던 쟈니가 불시에 돌아와 뜻밖의 발표를 한다. 쟈니의 어머니가 기적처럼 건강을 회복했고, 또 자신이 로레타와 결혼을 하면 어머니가 돌아가실지 도 모르기 때문에 결혼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로니와의 관계로 노심초사하던 로레타에게는 뜻밖의 희소식이었다.
<몇 가지 쓸데없는 생각>
1. 이 영화와 관련해서 영화와는 관련이 없지만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장면 하나를 언급하자면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휴게실에 설치된 텔레비전에서 민정당과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이 발표되던 것이다. 노태우 씨가 중간에, 그리고 오른 편과 왼 편에 김영삼 씨, 김종필 씨가 각각 서서, 올림픽에서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을 딴 선수처럼, 손을 번쩍 치켜올리던 장면은 잊을 수가 없다. 일기를 찾아보니까 이 날이 90년 1월 22일이다.
2. 로레타(쉐어)와 로니(니콜라스 케이지)가 오페라 [라 보엠]을 보는 장면은 [프리티 우먼 Pretty Woman](1990)에서 리처드 기어와 줄리아 로버츠가 [라 보엠]을 보는 장면과 많이 닮았다.
3. 영화 중 언어학과 교수로 나오는 남자는 시트콤 [프레이저 Fraser]에서 프레이저의 아버지로 나오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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