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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밖의영상들

변호인 - 양우석 (131219)

by 길철현 2016. 4. 26.



고문하는 자와 고문당하는 자의 변증법

- 영화 [변호인]을 보고

 

 

(생각으로 불가능한 일이 뭐가 있을까?

내 생각이, 내 언어가 미치지 못하는 일 외에는?)

 

 

내가 고문하는 자라면

나는 고문당하는 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고문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따라서 나는 나의 고문에 대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아니, 고문당하는 자가

나의 딸 혹은 아들을 납치 감금해 둔 자가 분명한데

그 장소를 말하지 않는다고 하자

이를테면 상자에 넣어 땅속에 파묻었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다

그렇다면 인정사정없이 두들겨서라도 그곳을 알아내야 할 것 아닌가?

칼로 온몸을 난도질해서라도 알아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래도 그러면 안 되는가?

Why not, c8!]

어떻게 어떻게 그 장소를 알아냈는데

아이는 이미 죽었다면,

그럼 이 dog의 son or daughter를 어떻게 할 것인가?

(개에게 여러모로 미안하다)

전제대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말이다

(법적인 것을 넘어서서

내 양심상의 고통도 없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그 작자에게 최대한의 고통을 안겨주는 것일까?

고문의 기술도 배워야 하는가?

부족한 나의 상상력을 인터넷을 통해 보충한다

교활하고 잔인한 중세 유럽의 살인 고문 방법,

인류 역사상 가장 잔인한 고문 방법,

가장 잔인한 고문 열 가지,

이들 사이트에서 소개하는 고문 방법은

끔찍 무도는 한데

고문당하는 자가 금방 죽고 말아 좀 시시하다

Maximum Pain, but no Die

(여기에 이율배반이 있다,

만약 고문당하는 자가 죽지 않는다면)

백 미터 상공에서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뜨리기,

생이빨을 뺀찌로 하나하나 뽑기, 손톱 발톱 뽑기,

끓는 기름에 튀기기,

살가죽을 난도질하면서 포를 뜨기,

칼로 온 몸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찔렀다 뺐다를 반복하기,

똥구멍에다 말뚝 박기,

사지를 절단하고 거기에다 강한 전류를 흘려보내기,

이런 상상을 하다 보니

나는 어쩌면 이 dog의 son or daughter보다 더

잔인무도, 극악무도한 놈인 것 같기도 하고,

복수심보다도

실제로 그걸, 정말로 어쩌면, 그걸 즐길 것만 같은

그런 생각마저도 든다


 

생각은 생각일 뿐 현실과 착각하지 맙시다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과 혼돈하지 맙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제 사정을 바꿔 내가 고문을 당하는 자라고

생각을 하기도 싫긴 하지만 그렇다고 생각해보자

(이를테면 내가 고문하는 자의 아들 혹은 딸을 납치한

극악무도하고 잔인무도한 놈이라고 하자)

그래, 만일 내가 고문당하는 자라면

가능하다면, 정말로 그런 것이 가능하다면

나를 고문하는 자가 마음껏 나를 고문하도록

내 서푼짜리 육신을 마음껏 제공하리라

(그러면서 그 극한의 고통을 마음껏 즐기리라,

그것이 가능하다면)

하지만 좀 더 현실적으로 극심한 고통에 미치지 않았다면

고문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를 고문하는 자가 원하는 것은

이를테면 그의 똥hole을 핥는 것조차도 거리낌 없이

해주리라, 아니 가족도 팔고, 회사도 팔고, 나라도 팔아먹겠지

하지만 사정이 바뀌어 내가 다시 고문하는 자가 된다면

그에게 받은 것에다가 무한제곱을 해서 복수할 것이다

 

 

이 피비린내 나는 순환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정말 다행이다, 나는 고문하는 자도 고문당하는 자도 아니라는 것이

하지만 과연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