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 네 가지 우상(Four Idols)

네 가지 우상

1. '종족의 우상'(The idols of the tribe)

2. '동굴의 우상'(The idols of the cave)

3. '시장의 우상'(The idols fo the marketplace)

4. '극장의 우상'(The idols of the theatre)

 

[새 오르가논](Novum Organum, 1620) 1부

 

 우상은 크게 네 종류이다. 첫째, 우리의 마음에는 어떤 것을 한번 믿으면 이와 일치하는 사실만 받아들이고 어긋나는 사실은 무시하는 성향이 있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믿음이 그 예이다. 이런 성향은 인간 종에 속한 우리가 공통으로 가진 마음의 병이므로 '종족의 우상'(The idols of the tribe)이라 부를 수 있다.

 

둘째, 어떤 사람은 차이점만 관찰하는 성향이 있고 어떤 사람은 유사점만 관찰하는 성향이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전통적인 학문만 존중하는 성향이 있고 어떤 사람은 새로운 학문만 환영하는 성향이 있다. 이런 성향은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것이 아니라 개인에 따라 다르다. 이렇게 개인은 저마다 진리의 빛을 차단하는을 가지고 있다.

 

셋째, 어떤 사람의 운명이 행복한지 불행한지 또는 실체가 하나인지 여럿인지를 둘러싸고 쓸데없는 논쟁을 벌이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논쟁은 실제로는 있지도 않은 '운명'이나 '실체'를 말로 만들어내는 우리의 성향에서 비롯한다. 시장은 말이 시끄럽게 오가는 곳이므로 이런 성향은 '시장의 우상'(The idols fo the marketplace)이라 부를 수 있다.

 

넷째, 우리는 엉터리 철학체계를 받아들여 진리를 보지 못할 수 있다. 베이컨에 따르면 아리스토텔레스의 궤변철학은 논리의 역할을 지나치게 중시하며, 연금술이나 길버트(W. Gilbert)의 경험철학은 몇가지 실험만으로 얻은 결론에 모든 것을 짜맞추고, 피타고라스나 플라톤의 미신철학은 신앙과 전통을 끌어들여 경험을 왜곡한다. 베이컨이 살던 시절 극장은 화려한 장식을 갖추고 권위를 상징하는 곳이었고, 이런 철학의 권위에 주눅드는 성향을 베이컨은 '극장의 우상'(The idols of the theatre)이라 부른다.

 

서양근대철학회 엮음. [서양근대철학]. 창비, 2001. 3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