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에게서 "선과 악에 대한 인식은 우리가 이를 의식하는 한에서는 기쁨과 슬픔의 정서일 뿐"(4부 정리 8)이다. 이는 도덕적 가치를 쾌감과 불쾌감이라는 심리적 상태로 환원하려는 주장이 아니다. 이 말이 담고 있는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선과 악은 실제로는 기쁨과 슬픔에 대한 인식의 결과일 뿐이다. 선과 악이라는 범주를 이 정서들로부터 독립시켜 거꾸로 존재의 증대와 감소의 원인으로 만들어서 선과 악을 코나투스의 초월적 목적으로 승격시키려는 목적론적 가상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것을 선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것을 추구하고 의욕하고 원하고 욕망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우리가 추구하고 의욕하고 원하고 욕망하기 때문에 이를 선이라고 판단한다"(3부 정리 9 주석)는 스피노자의 주장은 이를 잘 보여준다.
둘째, 하지만 선과 악이라는 통념은 우리에게 또다른 유용성을 지닌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 통념들을 인간들 사이의 일치를 달성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우리가 목표로 삼을 만한 인간 본성의 전범을 세우려 할 때 유용하다. 따라서 스피노자는 선을 "그것이 우리가 인간 본성의 전범에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수단임을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4부 서문)으로 규정하고, 악은 우리가 이 전범에 가까워지는 것을 방해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서양근대철학회 엮음. [서양근대철학]. 창비,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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