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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여는 말

번지 점프

by 길철현 2016. 4. 25.



번지 점프를 했어요. 무서웠지요. 아무리 안 무서운 척 해도. 뭐, 죽기밖에 더 하겠어. 이렇게 외쳐봐도. 하지만 상처 입은 내 마음. 부딪혀 보고 싶었지요. 가짜 죽음이라도. 유일하게 유일하게 허용되지 않는 경험을 경험해 보고 싶었던 것인가요? 살짝 눈을 감았지요. 떨어져 내리며 언제 눈을 떴는지 모르겠네요. 눈 아래 광경을 보았지만 별로 기억에는 남아 있지 않네요. 무엇보다 생생한 건 그 무엇도 내가 떨어져 내린다는 걸 막을 수는 없다는 사실이었지요. 수퍼맨도, 신도. 또 그 사실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도 분명했지요. 그러자, 무중력 같은 자유낙하가 주는 자유로움이 정말 밀물처럼 밀려들더군요.죽음 따윈 없어요. 모두 인간이 지어낸 이야기지요. 말이지요. 말은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말 안에서 맴돌 뿐이지요. 기호의 우리에 갇힌 우리는 우리의 기호에서 우리끼리 살아가는 것이지요. 답답하니까 도를 찾고 구원을 찾고 진리를 찾고 신을 찾을 따름이지요. 나의 생각또한 모두 오염된 것이네요. 자유라고 느낀 그것은 사실은 포우의 단편에 나오는 이야기 아닌가요.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려간 사내. 하룻 밤 사이에 머리가 하얗게 센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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