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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여는 말

비밀 (091015)

by 길철현 2016. 4. 26.



인간에게는 누구나 비밀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그때그때 비밀들이 있었으며, 현재도 비밀이 큰 것으로만 세 개 정도 있다. 그런데, 이 비밀은 양날의 칼과 같아서, 혼자 지니고 있기에는 무거운 부담이고, 또 다른 누구에게 털어놓기에는 그 털어놓는 대상이 나중에 그것을 가지고 자기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아니면 더욱 나쁘게는 그 비밀을 지켜주지 못하고 누설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망설여진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비밀을 듣고서도 그냥 못 들은 척 그냥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하거나 흘려버릴 줄 아는 믿을 만한 대상을 갈구하게 된다. (이 대상을 찾지 못한 옛 이야기에 나오는 이발사는 모두 잘 아는 것처럼 그 답답함을 견딜 수가 없어서 결국에는 갈대밭인가에 가서 자신이 알고 있는 비밀을 털어놓았다.) 서양에서는 이 역할을 신부나 목사가 일정부분 감당해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고, 요즈음엔 정신과 의사가 또 어떤 측면에서 보자면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는 생각도 든다. 동양의 경우, 혹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이러한 역할을 해 준 사람은 역시 종교계에 있는 분들이었을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비밀을 나중에 후환이 두렵긴 하지만 그래도 ‘믿을 만한 친구’에게 털어 놓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또 어떤 경우에는 다시 만나지 않아도 되는 사람, 이럴 테면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이라든지, 아니면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된 술집 여자라든지, 이런 사람들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기도 한다.

이 비밀은 한편으로는 죄와 연결이 되는데, 그 비밀이 클 경우, 다시 말해 그것이 큰 범죄 같은 것일 경우, 자신이 지은 죄, 즉 자신이 안고 있는 비밀을 털어놓을 길이 없어, 그 인간은 고립무원의 위치에 놓이게 되는 듯하다. 인간은 죄를 짓지 않고 살기도 힘이 들지만, 그렇기 때문에 죄를 짓고는 살기가 무척이나 힘겨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 뜬금없이 비밀에 관한 생각이 떠올랐는지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글을 써가면서 그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것은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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