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병원에 들렀다가, 엄마가 추어탕을 먹고 싶다고 해서,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상주 식당"이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추어탕 집이라고 나와 있었다. 대구에서는 꽤 유명한 집인 듯해서 먹으러 갔는데, 주차장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전화를 걸었을 때, 대구백화점 주차장에 주차를 하면 된다고 하긴 했지만, 보행이 원활하지 않는 어머니를 일단 식당 앞에 내려 드릴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시내 한복판이라 내비의 안내도 원활하지 않아서 엉겁결에 대구백화점 주차장으로 들어가게 되었다(대구백화점엔 몇 십 년 만에 들르는 듯한데, 초등학교 5학년 정도였던가, 이곳에 처음 들러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처음 탔을 때에는, 백화점이야말로 최첨단이고 최고급의 장소였다.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공중에 붕 뜨는 느낌과 함께 찾아오던 현기증은 첨단과 고급의 부작용이었을까? 초등학교 6학년 때에는 엄마 지갑에서 몰래 돈을 꺼내 시내에서 영화도 보고하면서 사치를 즐겼지. 그러다가 결국 꼬리를 밟혀 복개나도록(이런 비슷한 표현을 썼던 것 같은데) 맞았지. 죄 없는 동생들까지도 나 때문에 고초를 당하고). 엄마를 주차장에 홀로 내려 드릴 수도 없고 해서 주차할 곳을 찾는데 3층까지 올라가서야 겨우 한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이왕이면 맛집에서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그렇더라도 혼잡한 시내까지 나온 것이 잘 한 것인가?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백화점의 부속 건물인 주차장에 백화점으로 이어지는 연결통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없진 않았는데, 다행스럽게도 몇 계단만 내려가면 백화점 2층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가 근처에 있어서 시도를 해보려 했으나, 어머니는 이번에 다치기 전에도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는 겁이 나서 타지못했다고 했다. 그러고보니 에스컬레이터는 감당하기 힘든 속도로 1층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반대편에 있는 엘리베이터까지 힘겹게 걸어가서 1층으로 내려왔는데, 상주 식당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일단 어머니를 백화점 앞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곳의 빈 의자에 앉아 있으라고 하고는 '다음 지도'로 상주 식당을 찾아나섰다. 길 찾기가 쉽지 않아서 헤매고 있는데, 평일 오후인데도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그 길 한복판에서 웬 젊은 여자가 춤에 원한이라도 맺혔는지 혼자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길을 두어 번 놓쳤다가 좁은 골목 안에 있는 상주식당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를 데려오려다가, 일단 주문을 하고 오는 것이 나을 듯해서,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식당으로 들어서자 문에서 좁은 마당으로 들어서는 길목의 양옆 선반에는 반으로 혹은 4분의 1 정도로 자른 배추들이 도열해 있었다. 늦은 시각이라(4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이었다) 손님은 없었는데, 추어탕 한 가지만 팔기 때문에 메뉴판이 필요 없고, 주문하면 금방 나오기 때문에 미리 주문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공연장에 앉아 있는 어머니를 데리고 오는데(어머니 옆에 앉아 있던 장년의 한 남자가 나를 노려보았다. 왜?) 백오십 미터 정도 되는 거리를 엄마는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어왔다. 보조기를 착용하긴 했지만 사람들에게 부딪히지는 않을까 해서 길 가장자리를 걸어서 이윽고 도착.
나의 경우 추어탕은 일부러 찾아가서 먹는 음식이라기보다는 있으면 먹는 정도인데(일산 대화동에 있는 [송담 추어탕] 집에서 먹은 추어탕은 내 입맛에 맞았지만, 그 외에는 그렇게 좋은 기억이 별로 없었다) [상주식당]의 추어탕은 담백하고 깊은 맛은 있었으나(나중에 보니 이 집의 장점은 좋은 고랭지 배추를 쓰고, 그래서 고랭지 배추를 구하기 힘든 겨울에는 문을 닫는다고 했다) 옛날 방식 그대로여서 인지 다소 심심했다(자극적인 것에 너무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리라). 엄마도 특별히 맛있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걸어오느라 힘이 들었는지 엄마는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것이 안쓰러웠다. (식당 안으로 들어와 마당으로 들어갈 때도 좀 내려서야 했고, 그 다음 의자가 있긴 했으나, 앉는 곳도 신발을 벗고 두어번 올라가야 했기 때문에 엄마에게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다만 밥을 먹고 돌아갈 때에는 대구백화점 북문으로 해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조금만 가니 주차장이어서 몇 배는 수월하게 차까지 올 수 있었다.
(이렇게 길게 쓸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역시 내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이 나를 이끄는 것이 분명하다.)
[영천호까지의 경로]
엄마와 옛날 이야기를 하면서 영천호로 갔다.
대구백화점 주차장 - 복현오거리 - (내비를 잘못 읽어 공항로가 아니라 검단로로 갔다가) - 다시 공항로로 옴 - 팔공산 IC - 대구포항간 고속도로 - 북영천 IC - 오미 교차로(35번) - 28번 국도 (임고 교차로) - 69번 (포은로) [임고 강변 공원 지나침] - 영천호 도착 [내비 업데이트를 안 해서 이렇게 왔는데, 임고 하이패스 IC로 나오면 바로 영천호] (휴대폰 내비도 보면서 갔으나 이 때는 못 봤음)
댐 아래쪽
댐 아랫쪽 사진
댐 좌측에서 찍은 사진. 엄마는 호수가 엄청나게 크다고 말했다. 영천댐과 영천호는 요즈음 저수지(한 때는 폭포에 빠져서 전국의 이름난 폭포들을 찾아 다녔는데, 이제는 저수지, 호수, 못으로 취향이 바뀌었는가? 물 시리즈 2탄이라고 해야 할까?)를 찾아다니는 가운데, 집에 있는 지도에 나와 있는 것을 보고서야 알게 된 곳이었다. 규모가 꽤 있는 편인데도 몰랐던 것으로 보아 조성된 지 얼마 안 된 것은 아닌가 했으나, 주로 포항지역 공업용수--그렇다면 포항제철이겠지--를 공급하는 용도로 1980년에 조성되었단다.
경치가 특별히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으나, 몇 주 전에 들른 군위호보다는 그래도 주위 산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한 바퀴 드라이브하기에는 부담이 없는 곳이었다. 고속도로 출구에 인접해 있어서 접근성도 상당히 좋은 편.
영천호 한 바퀴 - 자양면 사무소 - 삼귀교 - 삼귀리 - 백*산으로 올라가는 소로로 들어갔다가 나옴 - 신방리 - 노항리 - 임고 IC - (돌아오는 길에는 그 동안의 수면부족으로 인한 피로가 누적되어 엄청 피곤하고 졸림) - 도농 JC - 수성 IC - 앞산 터널지나 엄마 집에 안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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