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 어린이 용으로 발간된 이 책의 [펴내는 글]에도 '검은 대륙'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있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19세기에 서구인들이 퍼뜨린 '검은 대륙'의 신화가 21세기인 지금까지도 우리의 아프리카 인식에 지대하게 작용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다행스럽게도 이전의 유럽 중심의 제국주의나 인종주의로부터 한 발 나아가, 아프리카 인들의 관점을 반영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인류가 태어난 곳이고, 수많은 동물과 3천여 개 부족이 어울려 사는 곳인 만큼 진기한 옛 이야기들이 많이 있어요. 동물과 사람이 구분 없이 살아가는 이야기, 기상천외한 꾀를 내어 위기를 극복하는 이야기, 아프리카 특유의 정령 이야기 등 신비롭고 재미있는 아프리카의 옛 이야기들이 가득 하지요.
뒷부분은 오늘 좀 집중을 해서 읽었지만 다른 부분들은 심심풀이 삼아 한두 편 씩 읽었기 때문에 기억이 좀 성기긴 하지만, 크게 남은 인상들은 이슬람이 아프리카에 미친 지대한 영향과, 동화에서 흔히 그러하듯 동물과 인간의 세계의 경계가 모호한 점, 그리고 진이라고 불리는 정령들(콘래드의 소설에서는 악령으로만 알려진)인 인간을 돕기도 하고 해를 끼치기도 하는, 육체성도 어느 정도 띤 존재라는 것 등이다. 거기다 선과 악의 문제도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지혜'나 '운'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더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이야기들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신데렐라] 이야기의 아프리카 판이라고 할 수 있는 니제르의 민담인 [개구리와 황금신]이다. 베텔하임의 [전래동화의 유용성]에서는 필리핀의 옛 이야기가 세계적으로 전파된 것이라고 읽은 기억이 있는데 불확실하다(위키피디어를 보니 이 이야기의 유래를 고대 그리스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우리 나라에서는 [콩쥐팥쥐]로 변형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쨌거나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동화임에는 분명하다). 유리 구두 대신에 황금신이 나오지만, 개구리의 도움을 받는 등 기본적인 얼개는 동일하다. 압박 속에서 살아가다가 자신을 구원해 줄 왕자를 만나는 것은 어린 여자아이의 판타지로서 더할 나위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카메룬의 [부자가 된 바보 아들]도 우리의 현실 세계를 훌쩍 뛰어넘는 해방감을 주는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바보스러움이 오히려 궁극에는 행복을 가져다 준다는 생각은 상징 체계의 질서를 가볍게 전복시킨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아프리카 각 지역의 특징들, 기후나 동식물 등의 특징들을 반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지역의 전래 동화와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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