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획득해 온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중에서도 2001년도에 나온 이 영화는 단연 독보적이다. 이 영화는 그 때까지 나온 일본 영화 중에서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그 기록은 19년이 지난 다음 2020년도에 나온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에 의해서야 비로소 깨어지게 되었다(이 예들은 일본의 만화영화는 우리의 그것과는 다른 위상을 갖고 있음을 알게 한다. 일본의 만화영화의 인기에는 정확히는 알 수 없어도 미야자키 하야오가 기여한 부분이 상당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일본 내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만화영화로는 유일하게 베를린 영화제의 최우수작품상인 황금곰상과, 비영어권 만화영화로서는 또 유일하게 미국 아카데미 장편만화 영화상도 수상하였다.
나는 이 영화를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던 올해 1월에 처음 보았는데,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일 여력이 별로 없었음에도 적잖은 위안을 받았고, 그 영향으로 시간이 좀 지난 다음에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들을 데뷔작인 [루팡 3세 - 칼리오스트로의 성]부터 시작하여 2013년도에 나온 [바람이 분다]까지 모두 다 보았다. 간단하게 말해 난 미야자키 하야오의 팬이 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 그의 영화는 무엇보다 만화영화가 어린이용이며 단순한 세계관을 담고 있을 것이라는 나의 선입견을 바꿔 놓았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는 루이스 캐럴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받은 영향이 많이 드러나는데, 이 작품에서는 열 살 내외의 어린 소녀가 터널을 지나 환상의 세계에서 온갖 모험을 하다가 거기에서 빠져나온다는 전체적인 구도와, 마녀 유바바와 그녀의 아기 보의 모습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공작부인과 그녀가 안고 있는 아기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이웃집 토토로]에서의 고양이 버스가 이 작품에 나오는 체셔 고양이--고양이는 사라졌는데 그 미소는 남아있다는 말로 유명한--를 떠올리게 하듯).
그렇긴 하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난센스를 위주로 세상의 또 다른 면을 파헤쳐보려 한 것과는 달리,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 작품에는 "세계의 진실을 보여주고 싶다"는 그의 공언처럼, 주인공인 치히로는 이 환상의 세계에서 우선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면서 돼지로 변한 부모를 구해내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를 지니고 있다. 바꿔 말해 그는 이 환상의 세계를 통해 자본주의 경제의 지나친 배금주의, 일본의 경제적 불황, 그리고 그의 작품에서 언제나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는 환경 오염의 문제 등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은유적으로 제시하면서 그 해결책을 나름대로 모색하고 있다.
이 영화가 그의 다른 작품들보다 흥행과 작품성 모두에서 더 성공을 끌어낸 것은 일본의 온천탕이라는 지역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의 전개가 자연스러우면서도 흥미롭고, 무엇보다 각 등장인물들--예를 들자면 가마할아범, 오물신, 가오나시 등등--이 생명력 넘치게 그려졌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인간이 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데에 있어서 필요한 두 가지 요소인 일과 사랑이라는 요소도 적절하게 녹아있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세계관의 전면에는 '희망'이 채우고 있다. 그와 함께 남녀 간의 사랑에 있어서는 낭만적이고 운명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한 번 적어볼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한다). [반딧불이의 묘]라는 만화영화가 만화영화로서는 드물게 패전 당시 일본의 절망적 상황과 주인공의 죽음까지를 담아낸 것과는 대비되며, 이 영화가 [이웃집 토토로]와 같이 상영되었다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 참고
[3번 째 시청]
이사 - 이웃집 토토로
터널 지남 (환상의 세계로 들어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대중탕
테마 파크 잔해(거품 경제의 붕괴)
온천장/ 료칸 (류옥 - 온천탕)
치히로와 하쿠의 만남. (하쿠는 어릴 때부터 치히로를 알고 있음. 어릴 때 구해주었음)
현실이 되어버린 환상 세계 - 엄청난 시련
몸이 투명해지는 것 - 뭔가를 먹어야 함. 돼지로 변할 위험
(살아남아야 하고, 부모님도 구해야 함)
일하지 않으면 유바바가 동물로 바꿔 버림
- 캐릭터의 창조 (가마할아범, 숯검정) - 일의 양면성, 힘겨움. // 오물신 - 강의신
[유바바, 아기.// 앨리스, 공작부인과 아기]
취직의 어려움 - 어렵고 힘겨운 일
센 - 일터에서의 이름
오물신- 강의 신
가오나시 - 얼굴 없는 요괴
아기
이름의 중요성
[기린 TV]
치아키(10살 소녀)
가오나시(얼굴없음이라는 뜻)
치히로 - 센이 자신을 찾는다
하쿠 - 니기하야미 코야쿠누시
[비디오 키드]
귀멸의 칼날
[무비퓨레- 유튜브]
하쿠
유바바/ 제니바 온천의 할머니
가오나시 - 검은 유령
오물신 -- 환경문제/ 자연파괴
험한 세상
네게 주어진 것을 온 힘을 다해 이루라
선과 악의 싸움이 아니라 세계의 진실을 보여주려 함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뻔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어린이는 성장하면서 여러가지를 경험해야 한다
일본의 불황(The Lost Decade)
어떻게 말해도 난 일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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