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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이야기

제90회 구일탁구클럽 금요리그 (2016년 7월 1일), 7월 3일 01시 경 적음)

by 길철현 2016. 7. 3.

-구일 리그(2+부)


탁구를 너무 많이 치니까 오히려 탁구 일지를 적을 시간이 없게 되고 만 아이러니. 후배 영우의 양보로 우승(6월 3일)을 한 다음 계속해서 구일탁구클럽의 금요 리그와 일요 리그에 참석을 했는데, 예선전은 대체로 쉽게 조 1, 2위로 본선에 진출했으나 본선 리그에서 번번이 수비수에게 막혀 1,2 회전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수비수만 안 만나면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제는 또 후배인 서효기에게 풀세트 듀스까지 가는 접전 끝에 지고 말았다. 중간에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으나, 효기가 우승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나에게도 아직 가능성이 있음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아니 무엇보다 탁구를 치는 것 자체를 즐긴다는 마음을 밑바닥에 지니고 있어야.)


장마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오후 한 때 폭우가 쏟아질 때는 이래서야 갈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지하철에서 운 좋게 일찍 자리를 잡고, 콘래드의 [태풍](Typhoon)이라는 단편을 읽다가, 누적된 피로 때문에 깜빡 졸다가 7시 반 경에 구일에 도착했다.


[예선전]


금요 리그는 시간 관계 상 예선전은 삼판 양승제로 했는데, 예선은 항상 무난하게 통과했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이 날은 달랐다. 첫 게임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다.


1. 유세영(6부, 5알 핸디) 패(4) 패(8)

지난 주에 게임을 참석하지 않아서 인가, 공이 제대로 맞지 않았다. 몸을 제대로 풀지 않은 것도 있었다. 어쨌거나, 뒷판이 롱인 이분에게 나는 범실을 계속하고, 어쩌다 들어오는 스매싱을 디펜스도 못해 쉽게 게임을 내주고 말았다. (이 때만 해도 몽이 덜 풀려서 그려느니 했다.)


2. 박정오 (5부, 4알 핸디) 패(9) 승(12) 패(4)

펜홀더 전형이라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착오였다. 스매싱 공격도 날카로운 데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디펜스 능력이 뛰어났다. (좀 더 안정적으로 탁구를 치겠다는 내 생각과는 달리, 이 날 나는 상당히 공격적으로, 또 백핸드 드라이브까지 무리하게 시도하는 무모함을 보였다.) 상대방의 안정적인 플레이에 첫 세트를 내주고는, 둘째 세트는 커트가 약간 들어간 긴 서브를 양 사이드로 넣어 득점을 하고, 상대방의 서브를 안정적으로 넘겨서 앞서 나갔는데, 스매싱 찬스에서 세 번째로 넘어오는 공을 그만 범실을 하는 바람에 듀스까지 가고 말았다. 그래도 이 세트는 땄는데, 3세트에서는 내 공격이 빈번히 상대방의 디펜스에 막혀 무력하게 지고 말았다.


비가 오고, 몸은 피곤하고, 정말 이러다간 하위부로 내려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기 시작했다. 남은 게임에서 최소한 2승은 올려야 4위까지 올라가는 상위부에 낄 수 있다는 생각.


3. 전원태 (5부, 4알 핸디) 승 패 승(7)

이 사람도 뒷판이 롱이라 좀 애를 먹지 않을까 했지만 나는 정면 돌파를 하기 위해 계속 롱쪽인 백핸드 사이드로 서브를 넣었다. 다행히 이 사람은 롱을 그렇게 잘 다루지는 못했고, 포핸드도 범실이 많았다. 그래도 이 날 볼이 안 맞은 것은, 내 범실로 이 사람에게 한 세트를 내어주고 만 것. 정말 예탈이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마음에 안정을 찾으려 애쓰며 한 볼 한 볼 풀어나가니까 이 사람이 자기 범실을 범하면서 3세트는 좀 쉽게 뺏었다.


4. 안효식 (4부, 3알 핸디) 승 패 승(6)

펜홀더 전형. 서브가 좀 좋기는 했지만 플레이가 전체적으로 단순해서 어렵지 않게 게임을 뺏었다. 리시브에서 폰핸드나 백핸드 드라이브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아직은 그게 잘 되지 않는다.


5. 이원호 (3부, 2알 핸디) 패 승 패(7)

이 젊은 친구는 상대방에게 첫 세트는 내어주었지만, 그 다음 두 세트를 내리 뺏는 것을 보고, 실력이 만만치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드라이브가 나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것이 이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 때에는 일단 상위부 통과는 확정이 되었고, 순위도 3위로 결정이 되어 있었다 - 이것은 잘 몰랐지만).

상대방도 이미 4승을 해서 조1위를 했기 때문에 나와 그렇게 무리하게 치려는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리고 우리 옆 테이블에서는 게임이 끝난 사람들이 복식을 하고 있어서 상대방은 시합하는데 상당히 방해를 받고 있었다. 상대방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게임을 하고 있어서 나도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다가(구일에서는 이상하게도 시합할 때 코트 체인지를 잘 하지 않았다), 3세트 중반 쯤에 복식을 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를 했다.

볼 구질이나 드라이브 파워, 스텝 등이 일반 아마추어는 아는 듯해서 게임이 끝난 다음에 물어보았더니 초등학교 때 선수를 좀 했다고 했다. 상대방이 최선을 다 하지는 않은 듯해서 뭐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시합 때 잔 플레이에서 허점이 보이는 듯도 해서 2세트는 따내고, 3세트도 7대 3으로 앞서고 있었는데, 복식치는 사람들 때문에 너무 방해를 많이 받는 듯해서 한 마디를 하니까, 옆 사람들이 비켜 주었는데, 이 때부터 내리 8점을 내주어서 8대 11로 지고 말았다.

(이 친구의 실력이 뛰어난 것이 관장님의 눈에도 들어갔는지, 아마도 본선에서는 부수를 올려서 시합을 한 듯하다 - 정확한 것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이 친구는 준우승을 했다.)


[본선]

1. 신현호 (2부, 1알 핸디) 패(9) 승 패 승 승(5) 32강

처음에 이 분이 포핸드를 못 쳐서 부수가 낮은 줄 알았는데, 나름대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든 분이었다. 특히 백핸드 쪽으로 오는 공을 쳐넘기는 능력이 굉장히 뛰어났다. 그래도 포핸드에 약점이 있고, 서브도 별로 없어서 무난히 이기지 않을까 했지만, 예상 외로 시합은 팽팽했다. (아무래도 쌓인 피로 때문에 몸이 생각대로 말을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마지막 세트에서, 이 분은 내 긴 커트와 회전 서브를 많이 탔고, 그래서 낙승.


2. 서효기(1+부, 2알 핸디 받음) 승(9) 승(6) 패 패(7) 패(14)

효기가 요즈음 탁구가 많이 늘긴 했어도 2알은 그래도 나에게 부가 있었는데, 이날은 결국 끝에서 내가 지고 말았다. 본선에 들어가기 전 연습 경기에서도 3대 2로 이겨서(승 패 승 패 승) 더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효기의 공격력이 좋기는 했지만 서브가 그렇게 까다롭지 않고, 내가 디펜스를 하기 어려운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너무 디펜스에 치중했던 것일까? 나는 찬스에서 내 공격에서 범실을 저지르고 말아서 다 이긴 게임을 내주고 말았다.

첫 두 세트는 너무 쉬워서, 효기가 선배라고 봐주는 것인가하는 생각까지 했다. 사실 본격적인 게임을 3세트부터였다고 할 수 있고,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5세트였는데, 초반에는 내가 계속 앞서 나갔다. 효기의 공격을 막아내고 범실을 유도함으로써 - 백핸드에서 범실이 잦았다 - 7대 2로 앞섰을 때만 해도 승리는 나의 것인 듯했다. 그렇지만 이 때부터 효기가 집중력을 더욱 발휘해 점수는 어느새 8대 8 동률이 되었고, 내가 다소 불리한 상황이 되었다. 다시 침착하게 게임을 풀어서 10대 9로 만들었는데 여기서 내가 한 점을 낼 공격력이 없었다. 효기의 백핸드 사이드 공격을 막아내지 못해 듀스. 엎치락뒤치락하다가, 14대 15 상황에서 나에게 공격 찬스가 와 힘껏 스매싱을 날렸는데 효기가 그것을 반대쪽으로 막아내 나는 게임을 내주고 말았다.


글을 적어나가다 보니까 일주일에 한 번만 시합에 참가하려던 생각이 바뀌어서 오늘 시합에 또 참가해서 다시 한 번 내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애쓴다는 것, 그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