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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이야기

황남숙 탁구 클럽 제66회 구장 최강전 개인적 소회(160625/ 작성 160703, 0705)

by 길철현 2016. 7. 3.




(0703 작성)

어느 순간부터 황남숙 탁구 클럽(이하 황탁) 구장 최강전은 나에게 두려움이었다. 기억을 돌이켜 보니, 2014년도 여름 무렵 - 정확히 맞는지 모르겠는데 - 엘보가 오고 난 다음, 탁구를 일 년 가까이 쉬고 난 뒤에 실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1+로 뛰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그래서 63회 정도에는 1부와 1+부의 중간인, 실제로는 없는 부수를 만들어 출전해서 3위에 입상했고, 64회엔가에는 입상도 했기 때문에 다시 1+부로 뛰었는데, 성적은 꼴지가 아니었지만, 나보다 순위가 처진 두 명이 가버렸기 때문에 처음으로 방어전(2부에서 1등을 한 남현찬의 부수 상승전에)을 해야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상의 이야기는 황탁 사람이라면 잘 아는 이야기일 것이나, 외부 사람들은 무슨 이야기인지, 그 시스템을 잘 몰라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어서 간략하게 설명을 하도록 하겠다. 이 시합은 아마도 2000년 쯤에 시작되었으니, 햇수로 벌써 16년이 된 유서깊은 시합이다. 3개월마다 한 번씩 열리는데, 1부(그리고 1+)부터 6부까지, 각 부수별 - 각 부수당 인원은 적게는 다섯 명에서 많게는 열두세 명까지 -로 풀리그 시합을 해서 1위부터 3위까지 입상자에게 상품을 주는 방식이다. 각 부수 별로 3명에게 상품을 줘야 하기 때문에 상품이 아주 대단한 것은 아니다. 이 시합의 의의는 무엇보다 그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평가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것. 그리고 각 부수별로 1등을 한 사람은 위의 부수 최하위자와 부수 승급전을 펼쳐 이기는 사람은 한 부수 상승하게 된다. (물론 2회 연속 우승을 하거나, 그 밖의 다른 요건으로 부수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처음부터 이런 시스템이 마련된 것은 아닐 것인데, 탁구 실력 향상에 큰 동기부여가 되는 시스템임에는 틀림이 없다.) 



65회 대회에는 나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마침 허리도 아프고 해서 그냥 지나보내고 말았다. 그리고 3개월 후에 맞게된 66회 대회. 이번에는 운동량이 충분했기 때문에 1+로 1부들에게 2알을 잡아주고 성적을 내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면피는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시합에 입했다.


이 날 참가한 1부와 1+ 선수는 모두 11명. 1부 여섯 명에 1+ 다섯 명이었다.  황탁 내 부수는 1+로 같지만 개인적인 알까기(고무줄 핸디, 세 판 연속 이기면 핸디를 하나 올리는)에서, 핸디가 3알이 되고만 신준기 관장이나, 대천에서 탁구장을 하는 김준남. 이 두 사람은 오픈 부수가 2부라 4부인 나와는 원래 3알을 잡아주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나의 두려움이 엄살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거기다, 알까기에서 계속 져서 맞잡고 치게 된 숏핌플잽이인 이형주, 2알 핸디를 주고는 거의 이긴 적이 없는 김형진, 김종갑 등은 내 등골을 써늘하게 하는 상대들이었다. 이들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대체로 내 경기를 중심으로 적으면서 몇 가지 흥미로운 점들은 덧붙이도록 하겠다. 


1. 신준기 승(9) 승(11) 승(12-확실) (점수는 불확실)

첫 상대는 운이 나쁘게도 신준기 관장이었는데, 결과를 놓고 볼 때는 운이 좋은 것이었다. 신관장과 나는 너무나도 많이 탁구를 쳤기 때문에 별로 이변이 없을 수도 있는 경기였지만, 신관장의 약점은 첫 게임에 몸이 덜 풀렸을 때는 자주 헤맨다는 것(이날 나는 미리 탁구장에 가서 서브 연습도 좀 하고, 연습 게임도 하면서 몸을 충분히 푼 상태였고, 신관장은 진행 등을 맡느라 거의 몸을 풀지 못하고 첫 게임에 들어왔다). 거기다, 탁구대도 늘 치던 1탁이 아니라, 중간에서 쳐서 나에게 유리한 상황이었다. 나야 져도 그만이지만, 신관장은 져서는 안 되는 게임이라는 심리적 부담감 때문에 수비에 급급했고, 공격도 범실이 많았다. 그래도 신관장이 게임을 뒤엎을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닌데, 좀 날카롭게 넣는다고 넣은 백핸드 서브를 내가 스매싱으로 강타했고, 또 내가 리시브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YG서브도 역시나 스매싱을 해서 득점을 올리는 바람에 뜻밖의 완승을 거두었다.


첫 단추를 잘 꿴 나는 이후 몇 게임은 순풍에 돛을 단 듯 계속 3:0을 이어나갔다. 일주일 전 시합이라 게임 순서가 좀 헛갈린다. 


(0705 작성)

2. 김창숙(2알) 승(9) 승(7) 승(6)

창숙 씨와는 2알은 그래도 자신이 있는 편이지만, 얼마 전에 한 번 호되게 당한 적이 있어서(무리하게 공격으로 점수를 내려다가 3연패를 하고, 돈도 수억 잃었다) 이 날은 조심스럽게 게임을 펼쳤다. 내 긴 커트와 회전 서브를 좀 타 주었고, 결정적으로는 2세트에서 랠리에 들어가 두 사람 다 같이 스매싱을 하기 시작했는데, 내가 더 강력한 파워로 그 점수를 따낸 것이었다. 그 다음부터는 게임이 좀 수월해셔서 쉽게 승리를 얻어냈다.


(창숙 씨는 이 날 전패를 함으로써 호되게 1부로 승급한 신고전을 했다고 봐야 할 터인데, 1승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명성수 씨가 다리에 쥐가 나는 바람에 승을 날려보내야 했다. 명성수 씨는 그 게임에서 당한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기권을 하고 말았다.)


3. 경기수(2알) 승(7) 승(6) 승(7)

기수 형은 내 서브를 많이 탔고, 한 번 공격하는 것은 좀 강한 면이 있었으나, 내가 그것을 받아 넘기면 범실을 하고 말았다. 특별하게 내가 밀리는 것이 없었고, 내 공을 까다로워해서 쉽게 무너지고 만 듯했다.


4. 김금환 승(8) 승 승(7)

금환이와의 시합에서는 내심 긴장을 했는데 - 금환이가 나보다 고수이고, 얼마전 구리 시합에서도 셰이크로 쳐서 준우승을 하는 기염을 토했는데다가, 내 서브를 잘 건드리고 들어와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에 - 이 날은 자신의 주특기인 포핸드 드라이브의 위력이 예전만 못했고, 또 무리하게 나와 백핸드 싸움을 해서 랠리에서 범실을 많이 했다.


예상 외로 김금환과의 시합에서도 낙승을 한 나는 입상에 대한 기대를 키웠는데, 역시 버거운 상대들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5. 김종갑(2알) 승(9) 패 패(12) 패(6)

김종갑 씨는 공을 강하게 치는 스타일이 아니라, 아끼면서 치는 스타일이고, 연습이 잘 되어 있어서 연타에 아주 능하다(스텝을 아주 잘 밟는다). 거기다 왼손이라 서브도 까다로운 편이다.

첫 세트를 뺏을 때만 해도 이 날 뭔가를 보여주는 것 아닌가, 했으나 역시 종갑 씨는 질기고 까다로운 스타일이었다. 2세트에서 너클로 넣은 서브가 떠오는 것을 스매싱을 하다가 범실을 저질렀는데(일단은 커트가 많이 들어갔고, 그 다음엔 커트 방향도 좀 달랐던 듯), 똑같은 실수를 3세트 듀스 상황에서 반복하고 말았다. 그런 실수를 저지르고 나자 자책하는 마음도 많이 들었고 역시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4세트에서는 힘이 많이 들어가 실수가 많았다.


6. 이형주(2알) 승 패(12) 승 패 패(3)

형주 씨와의 게임도 아까운 게임이었다. 오목대인 형주 씨의 공을 잘못 공격하다가는 미스가 많이 나기 때문에 이 날은 작전을 바꾸어 오히려 상대방의 공격을 유도하는 쪽으로 게임을 진행했다. 이 작전은 그대로 적중해서, 2세트 중반까지 앞서 나갔는데, 2세트 듀스 상황에서 형주 씨의 날카로움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만큼 형주 씨의 실력이 늘었다는 징표이리라. 2세트를 내준 뒤 다시 힘을 내 한 세트를 빼앗았지만, 내리 2세를 내줬다. 5세트에서는 게임이 잘 되지 않았다.


이 때쯤이었던가? 버거운 상대인 김형진이 집에 들어가봐야 한다면서 기권하고 말았다. 나로서는 버거운 상대와의 시합을 피하고 체력도 아낄 수 있어서 일거양득.


7. 박홍기 승(8)  승(9)  패(7) 승(9) 

그래도, 이 때 쯤부터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남은 게임은 두 게임. 버겁기는 하지만 성적을 내려면 준남이와의 시합에 에너지를 집중해야 했다.

홍기 형과의 시합은 어쨌든 홍기 형이 무조건 공격을 하고 들어올 것이니까, 끈질기게 버티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 날 홍기 형의 컨디션은 별로라 그다지 성적이 좋지 못했는데, 그래도 포기를 하거나 하지 않고, 강하게 나왔다. 최선을 다해 버티면서 역습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고 공격을 하려 했는데, 어렵기는 했지만, 그래도 승리를 거두었다.


8. 김준남 승(7) 패 패 패(9)

마지막 준남이와의 시합은 역부족과 함께 가능성을 엿보게 해주었다. 준남이의 서브를 너무 안일하게 받아 원빵을 맞으면 준남이와의 게임은 정말 답이 없었다. 그 원빵을 피한다면 준남이와의 게임이 안 될 것은 없었다. 첫 세트를 이길 때만 해도 해볼만 하지 않을까 했으나, 2세트, 3세트로 가면서 실력차를 느낄 수 있었고, 마지막 세트에서는 2대 10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 때부터 이왕 진 게임이라 마음을 비우고 쳤는데, 준남이도 질 거라는 생각은 안 했기 때문에 집중을 덜하고 치다가 9대 10까지 왔다. 준남이가 공격한 공을 내가 디펜스한 것이 탁구대에 맞긴 맞았는데 옆터치라는 것이었다. 심판인 형주 씨는 보지 못했다고 하고, 관중석에 있던 강정원 씨(두고 봅시다!)가 강력하게 옆터치를 주장해서, 그걸로 게임은 끝나고 말았다.


5승 3패로 4위, 1+ 중에서는 준남이에 이은 2위. 비록 입상에는 실패했지만, 그 동안의 연습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여준 최강전이었다. 종갑 씨, 형주 씨, 준남이 세 명 중 한 명만 이겼으면 입상권이었고, 잘하면 우승도 가능했다는 걸 생각할 때, 다음 최강전까지 고고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