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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이야기

2016 탁구 일지 - 2 (160704)

by 길철현 2016. 7. 5.

프로이트 온라인 강의(아 빌어먹을 놈의 프로이트!)를 듣고 부랴부랴 탁구장에 도착한 시각은 열두 시, 즉 자정이 넘어가고 있었다. (황탁에 익숙치 못한 사람은 열두 시에 탁구장에 간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터이지만, 황탁은 예전부터 야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는데, 그것은  과외를 마치고 열한 시는 넘어야 탁구장에 갈 수 있었던 나의 사정과, 역시 레슨이 끝난 뒤에야 탁구를 칠 수 있었던 신관장의 사정이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 고요한 밤 시간의 야탁은 아침 시간이 한가한 나와 신관장에게는 괜찮은 궁합이었으나, 문제는 시합에 나갈 때였다. 아홉 시에 시합이 있는 경우에는 잠을 설치고 시합에 참가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으니.) 이 날은 장마비가 온종일 온 탓에 다른 회원들은 이미 다 떠났고, 내가 속한 탁신 동우회의 회원이자, 용산의 고수인 김연우(오픈 1부)가 신관장(2알 핸디 받음)과 혈전을 벌이고 있었다. 먼저 두 세트를 내 준 연우가 두 세트를 만회하며 대역전극을 펼치나 했으나, 뒷심 부족으로 5세트에서 8대 11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 날 연우는 황코치님과도 맞잡고 쳐서 2대 3으로 석패하고, 홍기 형과 한 팀이 되어 신관장, 황코치님 팀과 한 복식에서도 0대 3으로 완패, 처절한 패배의 쓰라림만을 안고 황탁을 나서야 했다.


1. 박홍기 (한 알 잡아 줌) 승(7) 승(6) 패(8) 패(6) 패(7) [점수 불확실. 점수는 당연히 승일 때는 상대방 점수이고, 패일 때는 내 점수이다.]

강명숙 씨와 2탁에서 몸을 풀고 있는데, 연우와 신관장 시합 심판을 보던 홍기 형이 한 게임을 요청했다. 1알 핸디로 2판 내리 진 상태라 이번에 지면 맞잡고 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첫 두 세트는 홍기 형의 공이 공격이 이전보다 약한 듯해서, 쉽게 이겼다. 공격도 꽤 잘 들어가고 해서 한 알 핸디를 지켜내는 것 아닌가 했으나, 게임의 양상은 이전 시합과 똑같이 흘러가고 있었다. 홍기 형의 작전인지 아니면 그냥 그렇게 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으나, 홍기 형은 3세트부터 공격의 파워나 박자 모두를 끌어올려 나를 당황시켰다. 최대한 차분하게 디펜스를 하면서, 공격 찬스에서는 적극적으로 공격을 하려 했으나, 홍기 형의 파워를 당해내기가 어려웠다. 역시나 홍기 형에게 한 알 핸디는 무리인 듯했다.

드디어 핸디에서 벗어난 홍기 형은 더 이상 알까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렇다면 맞잡고 치는 게임에서는 높은 승률을 유지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홍기 형의 선제를 얼마나 잘 버텨내는가, 서비스를 얼마나 까다롭게 넣는가, 아는 것이 과제이리라.


2. 신준기 (2) 승(6) 승(8) 패(13) 승(7)

어제 경기의 성과는 신관장과의 핸디를 한 알로 내린 것. 신관장이 연우와 게임을 해서 볼 감각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는 너무 힘을 많이 쏟은 나머지 다리가 무거웠고, 그래서 또 집중력도 급격히 저하되어 있었던 듯. 2세트를 쉽게 따내고, 3세트는 5대 9로 지다가 듀스까지 만들었으나, 이 날 잘 들어가던 백핸드 드라이브를 마지막에는 결국 미스를 하고 말아서, 내어주고 말았다.

이 날 게임에서는 그 전날에 생각했던 것, 긴 서브를 좀 더 날카롭게 처리하는 것이 뜻대로 되었고 - 4세트에서는 백핸드로 오는 긴 서브를 미리 기다리고 있다가, 상대방 포핸드 사이드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서 득점한 것이 통쾌했다 - 백핸드 드라이브로 러버 풀칠을 한 이후로 그런대로 위력을 발휘해서 되빠꾸를 맞지 않고 상대방 범실을 많이 유도했다.

(피로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탓인지 내 다리도 무거워서 생각대로 공격을 하지는 못했는데, 그래도 디펜스에서는 강한 모습을 보여 낙승. 최소한 1알 핸디를 유지하면서, 0 핸디를 향해 뚜벅뚜벅.)

(하지만 신관장은 황코치님과의 시합에서는 세 알 핸디라는 것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쉽게 3대 0으로 이겼다.)



3. 황남숙 (2) 패(6) 패(7) 패(9)

황코치님과의 시합에서는 강한 커트를 날카롭게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 중요한데(스매싱으로는 네트를 넘긴 적이 없다), 번번이 공격 범실을 하니까 자꾸 짜증이 나고, 탁구가 치기 싫고, 공이 생각과는 반대로 오니까 몸이 천근만근, 답답함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게임이었다. 그럴 수록 더욱 집중을 해서 침착하게 쳐야 했는데, 두 알 핸디를 잡고도 나는 한 알 핸디보다도 훨씬 졸전을 펼치고 말았다. 나의 강점은 아직은 공격보다는 탄탄한 디펜스와 랠리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는데, 그것을 망각하고, 마구 치고 말았던 것이다. 3세트에서는 코치님이 공격 범실을 몇 개 해줘서 따라갈 기회를 거의 잡았는데도 9대 10으로 뒤진 상황에서 건 드라이브를 미스하는 바람에  - 이것은 아직 내 임팩트가 정확하지 못하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징표라고나 할까 -  완패.


4. 나, 박홍기 - 황남숙, 신준기 (홀수 세트 3알  짝수 2알 핸디) 패(6) 승(7) 승(9) 패(8) 승(10)

신관장과의 핸디를 한 알로 내린 것과 함께, 황신 팀을 나와 홍기 형이 이긴 것도 큰 성과. 핸디는 옥신각신 끝에, 3알 2알로 결정했고, 진 팀이 감자탕을 사기로 했다. 첫 세트에서 게임도 안 되게 지고 나서 역시 황코치님이 복식을 잘 친다고 생각을 했는데, 2세트에 들어서자, 홍기 형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내 백핸드도 그런 대로 상대방에게 다소 위협적으로 넘어갔다. 3세트마저 이기면서 게임이 우리 쪽으로 넘어오는가, 했는데, 4세트를 내주고, 다시 원점이었다. 5세트 초반에는 우리가 많이 밀렸는데(5대 5에서 코트 체인지를 했던가?) 그 뒤로는 팽팽하게 진행되었다. 8대 8 상황에서, 황코치님의 서브와 나의 리시브. 첫 서브를 리시브 미스하고(황코치님 서브를 복식에서 오히려 더 많이 탄 듯), 그 다음 리시브는 백핸드 사이드, 즉 신관장 몸쪽으로 붙였는데, 신관장이 여지 없이 나라시 드라이브를 걸어 8대 10. 이 때만 해도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그 다음 내 서브에서는 랠리 중에 황코치님이 탁구대 오른쪽으로 벗어나는 범실을 했고, 그 다음 나의 포핸드 서브는 간신히 네트로 네트를 넘어가서 미스를 피한 다음, 백핸드 약간 회전이 들어간 서브를 넣자, 신관장이 홍기 형 쪽으로, 백핸드 사이드로 깊숙히 찌른다는 것이 범실.

듀스 상황이 되자 이제 게임은 정말 모르게 되었는데, 황코치님이 너무 조심스럽게 공을 다루려다 한 번은 네트에 걸리는 범실을, 그 다음은 홍기 형의 바운드 높은 드라이브를 노터치로 먹고 말아, 예상 밖으로 우리 팀의 승리.


하지만 감자탕 집이 문을 닫아 피치 파킹에 가서 닭을 먹었고, 술값은 내가 내겠다고 공언을 했는데, 많이 나오지 않아서, 만 원씩 갹출.


적자생존, 이라는 말이 있다. 교수인 내 친구가 자주 하는 말로, 적는자만이 살아 남는다는 뜻인데, 탁구로 바꿔 보면 치자생존이 될 것이다. 훈련과 반복의 힘은 생각보다 무서울 수 있다. 2십년 전부터 화두였던 백핸드의 보완을 이번 기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