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 저는 일산파의 맏형인 서정 형, 그리고 나와 입사(탁신) 동기인 이춘헌, 또 얼마 전에 생일을 맞은 양천금이, 또 한 십일 쯤 전에 딸을 낳은 김태원(태원아, 축하한다. 딸딸이 아빠!), 그리고 중산 탁구 클럽에서 코치를 하고 있는 기골이 장대한 막내 김경태에게 전화를 했는데, 운 때가 맞았는지 모두 나와주었습니다. 특히 천금이는 원래는 일이 늦게 끝나는데, 나 때문에 일찍 전을 접고 왔다고 해서 나를 무한 감동시켰습니다.
전곡에서 돌솥비빔밥으로 늦은 점심을 때우고 37번 국도를 달리다가 파주 조금 지난 곳에서 통일로로 들어서자 퇴근 시간대라 교통량이 많아 지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잠시 웃기는 일. 요즈음 대체로 기름값이 천사백 원 초중반대를 하는데, 어느 주요소에서 1397원 하길 래 기름이 많이 남았음에도 무리를 해서 억지로 기름을 넣고 나오니까, 그 바로 다음 주유소는 1387원, 그 다음 집은 1379원 하더군요.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여섯 시 이십 분 쯤에 아파트 단지를 좀 헤매다가 관리 사무소와 붙어 있는 지하의 중산 탁구 클럽으로 들어서자, 천금이를 제외한 모두가 칼을 갈고 있더군요. 태원이와 경태는 러버를 새로 붙이고. 얼마 전 허리가 나은 다음부터 탁구를 많이 쳤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들어갔는데, 역시 원정 경기는 쉽지 않더군요. 아니, 역시나 내 탁구는 문제가 많은 탁구였습니다.
1. 김태원 패(8) 승 패 패(6)
태원이의 강점은 뭐니뭐니 해도 포핸드 드라이브이고, 그것만 막아내거나, 그쪽으로 공을 주지 않으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내 공격 범실이 너무 많아 어이없게 지고 말았습니다. 몸이 안 풀린 탓인지, 서브 미스도 많았구요. 그런데도, 머릿속에서는 태원이에게 질 수 없다, 이 게임은 무조건 이길 것이다라고 생각하다가, 점점 패색이 짙어지자 내 생각은, 간사하게 첫 게임이니까 몸이나 풀자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내 공격력이 그렇게 강하지 않은데 무리하게 백핸드쪽에서 공격을 많이 하다가, 디펜스로 넘어오는 공을 제대로 처리를 못한 것이 패인이 아닌가 합니다. 공격에 조금 자신이 생겼다 해도, 오랜만에 치는 상대와는 무엇보다도 볼을 아끼면서 치는 전략이 필요한데, 그것이 안 되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2. 양천금 승 패 패 패(4) 만원 빵
천금이와의 게임에서는 천금이의 서브 리시브를 너무 많이 타 게임이 잘 되지 않았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일단은 커트가 많이 들어간 것과 회전이 많은 것을 구분해야 하는데, 커트가 많은 것을 무리하게 쳐서 넘기려다 범실을 많이 했습니다. 역회전 서브도 타고 말았는데, 지난번 시합에서는 오히려 천금이가 내 역회전 서브를 타기도 했는데, 이 날은 공격과 수비, 어느 하나 천금이에게 앞서는 것이 없었습니다. (거기다 천금이의 회전력이 많은 드라이브를 거의 하나도 제대로 막아내지를 못했네요. 이 점 또한 생각을 많이 해야 할 부분입니다.)
3. 서정(5알 핸디) 승 승(9) 승(11)
정이 형이 갑자기 앞면은 롱이고 뒷면은 숏인 로터리를 들고 나와 나와의 시합을 청했는데, 정이 형은 나를 타게 하기는 커녕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고 마구 타더군요. (정이 형이 쇼트와 롱 플레이를 익혀서 수비적인 플레이를 해준다면, 수비수가 없는 탁신에 좀 도움이 될 듯한데,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수비수를 한 명 영입을 하는 것은 어떨까요? 아니면 보람이나, 마포탁구 클럽에서 코치를 하는 젊고 귀여운 ** -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고 쓰는데, 막 떠올랐다. 박나래. 그런데 막 헛갈린다. 이런 선수들을 초빙하는 것은? 혼자만의 상상의 나래.
4. 이성진(두 알 줌) 승 승 승(9)
이 분은 예전에 후곡 마을에 있는 탁구장에서 7년 전 그 운명의 날에 춘헌이와 시합을 할 때 한 번 게임을 했었는데, 요즈음 운동을 안 했는지 예전보다 실력이 많이 준 듯했다. 두 알을 잡아주고도 쉽게 이겼다. 내 서브를 많이 탔다.
5. 이춘헌 패(8) 승(12) 승 승(12) 만원 빵
패 승 패 승 패(6) 만원 빵
이 날 그래도 건진 성과라면 춘헌이와 맞잡고 첫 게임을 이긴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춘헌이는 늘 버거운 상대였지만, 춘헌이가 다리(어느 다리)를 다치고 난 다음부터 전력이 많이 약화되어, 최근에는 두 알 핸디로 늘 이겼는데, 이 날은 그냥 맞잡고 쳤다. 춘헌이의 짧은 서브들은 대체로 너클이 많아서 어설프지만 그래도 플릭을 하고, 내 공격에서는 백핸드 서브를 길게 혹은 짧게 넣고 돌아서서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 첫 게임 두 번 째 세트에서 10대 5로 앞서서 이 세트는 잡았거니 생각을 했는데 아차하는 사이에 듀스를 허용하고 말았다. 하지만 듀스에서 내가 그 세트를 따냄으로서 게임의 흐름이 춘헌이에게로 넘어가는 것을 막아냈다. (춘헌이와의 시합에서는 긴 서브는 재미를 보기가 힘들다. 워낙 드라이브 연타가 있어서.)
두 번째 게임에서는 춘헌이가 이를 악물고 들어오는 바람에 그 기세에 눌렸는지 5세트에서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래도 요즈음에 춘헌이가 좀 회복을 하고 있다는 것은 천금이를 3대 0으로 이겼다는 것에서 알 수 있었다. (탁구를 치러 가야 하기 때문에 스피드를 내서 글을 쓰고 있다.)
6. 양천금 패 패 패(5)
두 번째 판에서도 천금이의 서브를 잘 풀지 못하고, 전체적으로 랠리도 밀리고, 힘도 좀 떨어지고, 완패를 하고 말았다. (양천금이 요번 달 모임에서 두고보자.)
경태는 레슨 때문에 한 게임 칠 기회를 놓치고, 후곡 마을의 김가네인지, 조까네인지로 가서 갈비살에 부어라 마셔라를 해서 꽐라가 되었다. 술을 마시고 있는데, 93,4년 경에 상계동에서 같이 탁구를 치던 쌍둥이 아버지이자 대학교 대선배인 배용석 형님이 와서 또 부어라 마셔라, 술이 취한 김에 같이 있던 아줌마와 2주 후 3알 핸디 5만 원빵 내기를 하기로 했는데, 그 다음 날 태원이와 통화를 하다가 오목대라는 것을 알게 되어 후회 막급이 되었는데(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이질 전형에 거의 쥐약이다), 그래도 내기를 했으니 어떻게 할 거나, 철저히 준비를 하고 시합에 임하는 수밖에. (급하게 쓰다 보니 말투가 평어체로 바뀌고 말았네.)
이날 술값은 춘헌이가 낸다고 했는데, 이성진이라는 분이 냈다는 이야기도 있고, 아무튼 잘 놀고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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