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다시 보는 과정에서 그가 시나리오 작업을 했던 영화들--[그 섬에 가고 싶다](이 영화에서 그는 조연출을 맡기도 했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감독이었던 박광수 감독이 우리 영화사에 어느 정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또 이창동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많이 끼친 듯하여 그의 영화를 3편 보았다. 그 중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은 예전에 본 것이었는데 이번에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프랑스에 유학까지 다녀온 박광수 감독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동명의 인기 연극에서 따온 것인데, 이 연극은 황춘명이라는 중국 작가의 단편 "두 페인트공"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이후 작품들에서도 잘 드러나듯 그는 영화라는 장르를 단순한 오락물이나 흥행물의 범주를 넘어서서 '사회성'이 짙은 예술 작품으로 접근하고 있다(그렇다고 재미라는 요소를 도외시한다는 말은 아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우연찮게 함께 기거하게 된 두 도장공 칠수와 만수는 두 사람 다 어두운 과거를 등에 업고 일이 있으면 일을 하고, 없으면 일거리가 나타날 때를 기다리면서 살아간다(일이 없다 하더라도 굶주리는 지경에 까지 이르지 않는 것은 당시 경제적으로 성장하던 우리나라의 상황과 어쩌면 맞물린다고 해야 할 것이다). 허세가 가득한 그래서 미대생이라고 자신을 속이고 여대생과 데이트를 하는 칠수나, 연좌제로 피해를 보고 그래서 내면의 분노를 술주정으로 표출하고 마는 만수는 당대의 하층 계급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후반부에서 이 두 사람이 자신들이 그리는 옥외 광고판 위에 올라가 넋두리를 하면서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선회하고 마는데 이 후반부의 진행은 블랙코미디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상시키는 부조리극의 모습을 띠고 있기도 하다. 사람들과 경찰들의 오해, 광고판 위에 있는 두 사람의 말이 아래에 전달이 되지 않는 상황(휴대폰은 그러고 보면 상당히 유용한 것이기도 하다)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만수가 뛰어 내리고 만다는 설정은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두 사람의 내면에 자리한 분노가 외재화한 것이리라(당시 영화 기법이 한계 때문이겠지만 만수가 뛰어내리는 장면에서 감독은 스턴트맨을 썼는데 그의 얼굴이 만수(안성기)가 아니라는 것을 관객이 알아볼 수 있어서 아쉬움이 크다).
이 영화는 안성기와 박중훈 두 콤비(그러고보니 이 두 사람은 [투캅스]에서 정말 잘 어울리는 콤비를 이루었다)의 일상이 아기자기한 재미를 선사하는데 반해(두 사람이 함께 타는 커플 자전거나, 고층 건물 페인트공이라는 위험한 역할을 무리없이 소화해 낸 것) 후반부의 파국은 우리 사회에 각성을 촉구하는 것이면서도 앞에서 말했듯 블랙코미디나 부조리극적인 요소가 두드러진다. 어쨌거나 이 영화는 다소간의 아쉬움이 남는 대로 한국 영화계에 "박광수"라는 감독의 직인을 찍은 작품이다.
[이 싹을 눈여겨보자, '칠수와 만수'와 광수] (샘이깊은물 '여오하를 보니' 1988, 12)
연극
황춘명 - 두 페인트공 (도장공)
전경 / 사회성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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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아 - 지나
녹색 카네이션
휴대폰이 없는 세계
I wanna give my love to you
Never gonna let you go(**)
김수철
박만수 - 연좌제
장칠수 - 동두천. 알콜 중독
Bob Mar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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