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채듯 앞장서는
태양 미워
따가운 헌 발바닥에 곰보길 싣고,
차오르는 땀내
햇살로 머리 빗는 처녀야
붙들어, 이 씨름 말려준다면
멀다온 길손처럼
잠깐 쉬어가도 좋으이
맡겨둔 그림자를 치고 눕자니
심지도 없는 애(哀)가 타고
더운 한숨이 불어
속절이 무성한 머리칼을 쥐어뜯는다
태양은 벌써,
서산 고개를 넘어설 참
성화가 길 끝을 흔드는데
붉은 줄을 긋고 있는데.
[제1회 영문과 시 낭송회](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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