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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문예창작반(문창반)

김경숙(84) -- 기다림

by 길철현 2022. 3. 5.

언제나 가슴

바싹 졸이는,

맨 처음의 설레임으로

가득 찬다.

 

어디에서나 우리들

사이에 놓여있던

저 단단한 다리의

가냘프고 섬세한 

난간으로 그렇게

매달려 있다.

 

출렁이는 하늘을

내려다 보는

넓은 어깨를 가진 사내의 

뒷모습처럼

그렇게

서 있다.

 

부등켜 안고

베어 무는 서로의 얼굴로서도

채워지지 않는 

유리의 빈잔이 있다.

 

언제나 

헤죽거리며 싸늘히 웃는

저 실낱같은

밤공기의 옷고름이

스르르 풀리는,

 

그러한 체념의 술로도

결코 다 마실 수 없는 

빈 주전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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