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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문예창작반(문창반)

서울 발 완행열차 -- 박상태(84)

by 길철현 2022. 3. 6.

익숙한 계집의 살갗처럼

달라붙는 밤

습관처럼 질겅거리던 

단물 빠진 겨울이

시계 바늘에 몸을 심다.

 

한 겹씩 허물 벗는 어둠에 실려

녹슨 평행선 위로 흘러간다

엷어지는 하늘 위로 커가는 두려움

미처 깨지 못한 나태의 껍질

 

나는 또 다른 나를

새로운 겨울을 상대한다

 

스스로 피워야 할 봄

나의 나다움을 위한

마지막 탈락의 몸부림으로

맞이한 새벽

서울은 멀리서 떨고 있다. 

 

[제 1회 영문과 시 낭송회] (1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