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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문예창작반(문창반)

내 마음 공백이 될 때 -- 이내석(83)

by 길철현 2022. 3. 7.

내 마음 공백이 될 때

아이는 주고 다시 태어난다

탄생과 죽음의 순간

아이는 어둠을 찢고

찢어진 막 사이로 보이는

빛방울이 깨뜨려지는 바닷가로 나간다

 

'물결 잔잔하고 순풍이 불어오니

떠나기에 딱 좋은 걸

무엇을 향해서인지는 나도 몰라

바다가 부르는 소리를 좇아갈 뿐이야'

 

아이는 나미작하게 웅얼거리고 

죽음의 씨앗을 실은 배를 밀어나간다

찢어진 돛을 단 배가 흘러간다

어머니의 젖은 옷고름을 뿌리친 채

배가 멀어져간다

 

[제1회 영문과 시낭송회](1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