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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금산사[전북 김제시 금산면 금산리](20220403)

by 길철현 2022. 4. 10.

[답사기] 종교에 대한 나의 요즈음의 생각은 스피노자의 말 '조직화된 종교란 실제로는 조직화된 사기 집단에 지나지 않는다'로 요약된다. 물론 이 말은 종교 자체가 아니라 종교적 시스템을 비판하는 것이지만, 시스템을 떠난 종교를 상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 종교 일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강하다. 그래도 기독교보다는 불교에 대한 반감이 강하지는 않은 편인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문화재 관람료'를 놓고 볼 때 그 내막에는 복잡한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좀 극단적으로 비유를 하자면 극장 앞을 지나가려면 영화 관람료를 내야 한다는 식이라, 적어도 명칭만이라도 바꿔야 할 것이다(작년 8월에 희방사에 갔다가 시비가 붙은 적이 있다. 아직 글로 쓰지 못했는데 조만간 그때 여행기를 적으면서 한 번 더 되짚어 보아야겠다).

 

그렇긴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나는 전통 사찰이나 교회 건물들은 또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 교회 건물들은 내 여행에 좋은 이정표 노릇을 하기도 하고 또 특색 있게 지은 건물들도 많아 관심이 많이 간다. 구이저수지와 또 인근의 소류지들의 탐방을 마친 다음 나는 예전부터 그 명성은 익히 들었고, 호남고속도로(25번)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거나 또 올라올 때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기회가 닿지 않았는데 구이저수지에서 삼십 분 거리라 나는 차를 그쪽으로 몰았다. 27번 국도, 21번 국도, 712번 지방도를 이용하여 금산사로 향했다. 모악산 남쪽으로 돌아서 갔더라도 크게 시간 차이는 나지 않을 정도로 구이저수지와 금산사는 모악산 중간 부분 반대편 거의 같은 위도에 있었다. 712번 지방도로 들어서자 독배라는 마을과, 좀 더 나아가자 금산사의 말사라는 귀신사의 이정표가 눈에 띄어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구이저수지 부근(둘째 날 4)(함양, 전주, 구이저수지, 금산사)[20220402-03]'에 자세하게 적어 두었다).  

 

이름 높은 절답게 휴일을 맞아 찾은 사람들이 많았으나 내가 찾은 때(다섯 시 반 정도)에는 대체로 방문을 마치고 내려오고 있었다. 원래 입장료와 주차비가 있을 터인데 시간이 늦어서인지 매표소에 아무도 없어서 나는 그냥 차를 몰고 거의 절 마당까지 들어갔다. 왼편에 목련이 활짝 핀(그 아래 자목련은 듬성듬성 피어 있었다) 보제루를 지나 대적광전 앞마당으로 들어서자 전통사찰의 장엄한 건물들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른편에 있는 미륵전이 연륜을 느끼게 해주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건물은 인조 때 지은 것으로 국보였다. [육각다층석탑]도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한 형식이라 시선이 갔다. 미륵전을 위시하여 이 절에는 국보가 한 점, 보물이 열 점이나 있어서 그야말로 문화유산의 보고였다. 나는 그 중에 여덟 점을 사진에 담았다. 대웅전에 해당하는 대적광전도 보물이었으나 화재로 소실되어 1990년에 복원된 것이라 했다. 

 

시간도 많이 되었고 피곤하기도 해서 나는 이곳저곳을 다니며 사진을 찍고 서둘러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