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이야기/호수행

파로호 7 [강원 화천군, 양구군](20220502-03) 월하이태극문학관, 태산좌대, 동촌1리

by 길철현 2022. 5. 19.

해산터널을 지나 다시 구비치는 460번 지방도로를 따라 내려오면서 이틀에 걸친 파로호 탐방도 거의 끝난 것이 아닌가 했는데, 파로호는 아직도 몇 군데 더 남겨두고 있었다. 전날 점심을 안 먹은 것으로 착각했는데 사실은 이날 점심을 건너 뛰었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내비를 통해 호음로가 파로호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고 좌회전하여 들어갔다. 

오음로 중간 쯤에 있는 농원 펜션. 붉은 색과 분홍색 개량 철쭉들이 입구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십여 분 이상을 차를 몰고 들어가자 파로호 바로 곁에 위치한 몽호정에 도착했다. 나무들 때문에 탁트인 시야를 확보하기는 어려웠으나 그래도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좀 더 차를 몰고 가자 두류봉 아래 [월하이태극문학관]이 나왔다. 나는 이 분의 이름은 처음 들었는데, 이곳 출신으로 시조의 창작과 이론의 확립에 애를 쓴 분이었다. 혹 '반달'이라는 동요의 가사를 쓴 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반달을 작사, 작곡한 분은 윤극영이다). 상당한 규모의 문학관을 건립해 놓을 정도로 우리 문학사에서 중요한 분인데도 한 때 시인이 되고자 했던 내가 처음 듣는 분이라고 한다면 그만큼 현대시에서 시조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거나, 시조가 현대시에서 많이 떨어져나가버린 탓일 것이다.

 

평일이고 외진 곳이라 찾는 사람이 없는지 입구에는 [부재중] 표시만 있었다. 잠시 후 어디선가 여자분이 오셔서 불이 꺼진 이층 전시실의 불을 밝혀 주었다. 나는 사진을 찍으며 다소 빠르게 훑어보았다. [파로호유원지선착장] 부근에는 이 분의 시조비(월하시조비)가 있다는 것도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는데, 문학관 앞에 있는 시조비와 똑같은 형태이다(이전한 것은 아닌 듯하고 똑같은 형식으로 만든 듯하다). 여자분은 나에게 안내를 해줄 뜻을 비치기도 했고, 나올 때는 차도 권유했으나 나는 부담스러워서 둘 다 거부하고 말았다. 이태극의 대표시로 알려져 있는 [삼월은]을 옮겨 본다. 

 

진달래 망울 부퍼

발 돋음 서성이고

쌓이던 눈도 슬어 

토끼도 잠든 산 속

삼월은 

어머님 품으로 

다사로움 더 겨워.

 

멀리 흰 산 이마 

문득 다금 언젤런고 (다금 - 다가옴)

구렁에 물소리가 

몸에 감겨 스며드는

삼월은 

젖먹이로세 

재롱만이 더 늘어.

 

차를 더 몰고 나가 보았다. [태산좌대낚시터]가 있어서 좌대들이 호수 여기저기에 떠있었다. 사진을 찍을 만한 조망이 좋은 곳을 찾아보려 했으나 나무들 때문에 호수가 잘 보이지 않았다. 도로는 이내 비포장 임도로 이어졌고, 그 옆 개울 목교 너머로 [태산 - 모일간 옛길]을 조성해 둔 것이 눈에 들어와 차를 주차하고 산길로 들어섰다. 한 십오 분 정도 걸어들어갔을까, 암석구간 앞에서 길은 허망하게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탁트인 호숫가로 나가 시원스레 펼쳐진 호수를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확진된 멧돼지를 매장한 곳임을 알리는 표지판
호수 건너편 앞쪽으로 보이는 곳은 전날 걸었던 수달길이 있는 구봉산이다.
이 섬에다 다람쥐를 사육하려 했다고 해서 이 섬은 다람쥐섬이라고 불린다. 가물 땐 육지와 연결이 된다고.
이 집들은 빈집 같아 보인다.
갈대

 

앞 쪽에 있는 것들은 억새?
왕벚꽃
월하이태극문학관 원경

비수구미가 행정구역상 동촌2리, 그리고 이곳은 동촌1리. 도로를 따라 상당히 먼 거리를 온 듯하지만 호수를 기준으로 놓고 보면 그렇게 멀지 않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