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음로를 다시 돌아나온 시각은 4시 반 경. 이틀 간의 파로호 탐방이 드디어 종막을 향해 달리고 있었는데 탐방의 마지막은 혼란스러운 과거의 기억이 제자리를 찾으면서 끝이 났다.
어떻게 해서 [딴산 유원지] 쪽으로 들어가게 되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이 때쯤에는 북한강의 이 부분이 화천댐 바로 아래 지점이라는 걸 알았을 것이다. 이 유원지로 들어서자 강 왼쪽의 절벽이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절벽 위에는 정자까지 있어서 나에게 유혹의 손길을 내밀고 있었는데 지친 몸은 한편으로는 힘겨워하고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절벽으로 이어지는 다리가 보수중이라는 현수막이 보였다.
다리를 건너면서 보니 유원지 입구에 있는 절벽도 규모는 조금 작지만 강 왼쪽 편의 절벽만큼이나 그 생김새가 아름다웠다.
사진을 찍은 다음 강 건너편 어룡동길을 따라 차를 몰았다. [화천댐]을 알리는 안내판이 나왔고, 또 어느 시점에는 통행을 금지하는 안내판도 나왔다. 이 때 내 정신은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아주 오래 전에 화천댐을 본 적이 있긴 한데 이렇게 깊숙히 들어온 기억은 없었다. 내 기억으로는 그냥 도로를 따라 가다보니 자연스럽게 내 시야에 들어왔던 것이었다. 통행을 완전히 막은 것은 아니지만 금지의 문구를 접하고 나니 차를 모는 것 또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화천댐이 보이는 곳에서 재빨리 사진을 한 장 찍고는 돌아서 나왔다. 나오다가 [산천어월드파크] 쪽에서 댐을 좀 더 잘 조망할 수 있을 듯하여 그쪽으로 들어가보았다. 화천댐을 잘 조망할 수 있는 곳에서 재빨리 사진을 찍고는 빠져나왔다.
[딴산유원지]에서 나와 다시 460번 지방도로를 타고 내려가자 [꺼먹다리]가 나왔다. 나는 이 다리를 걸어서 건너갔다가, 강 건너편에도 도로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쪽을 차로 달려보기로 했다. 다시 [딴산유원지]로 들어갔다가 이 도로를 타고 들어가니 여기도 출입금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었다. 나는 그걸 무시하고 끝까지 달려가보았더니 그 길의 끝에는 화천댐 관련 시설이 있었다.
다시 돌아와 강 왼쪽편의 절벽을 몇 장 더 찍었다.
내 혼란스러운 기억은 [화천수력발전소]를 발견하면서 자연스럽게 해소가 되었다(이 혼란은 댐과 수력발전소가 일반적으로는 같은 장소에 위치한다는 것에서도 기인한다). 이 탐방기의 처음에도 썼듯이 도로변에서 보이는 이 수력발전소를 나는 화천댐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대붕교를 건너 살랑골길을 따라 차를 몰았다. 그러다가, 예전에 한 번 왔던 기억이 떠올랐다.
화천읍내에 도착해 이틀 전에 묶었던 모텔로 가서 내 베개를 찾은 다음 저녁을 먹었다(화천읍내는 장날인지 대단히 붐볐다). 화천에서 자기에는 너무 시간이 일러 407번, 403번 지방도로, 5번 국도, 그 다음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원주로 향했다. 원주에 들를 때면 늘 자던 곳인 시외버스터미널 근처 호텔에서 일박을 했다. AI 룸이라 침대의 기울기 조절이 가능하고 지니에게 말로 지시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지니는 내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숙소를 정하고 편의점에 맥주와 간식거리를 사러 갔더니, 중년의 아저씨가 호객 행위를 했다. 일상 회복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듯했다.
- 맺는 말
파로호 탐방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들었는데, 탐방기를 적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들었다. 북한강 최상류에 위치한 이 호수는 그 이름에서부터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었고, 무엇보다 드넓은 호수가 푸른 빛을 반짝이며 주변의 산들과 어울려 오염되지 않은 자연이 어떤가를 체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곳곳에 좌대 낚시터가 있었지만 오염과는 거리가 멀었다). [수달연구센터]에서 [신내마을]에 이르는 수달길은 그것을 잘 체감할 수 있었다.
거기다 화천군 강동면의 간척천과 양구의 서천 또한 파로호를 이루고 있다는 것, 그리고 비수구미가 파로호이자 북한강 최상류라는 것, 비수구미 바로 위에 있는 [평화의 댐] 위로 북한강은 이어지고, 그 수계가 북한 땅 금강산까지 이어진다는 것, 이 모두를 새롭게 알게 된 것 또한 뜻깊었다.
호수 탐방을 시작한 지도 어느새 햇수로 4년 째이다. 호수를 탐방하고 탐방기를 쓰고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묻는다면 답변이 궁할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니 토를 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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