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연구센터]에서 나온 다음 다시 403번 지방도로를 타고 나와, 461번 지방도로, 46번 국도를 타고 양구쪽으로 향했다. 지금은 배후령터널(5,057미터, 2012년 개통)도 생겼고, 그 외에도 46번 국도 자체가 4차선으로 확장, 직선화가 되어 춘천에서 양구까지 1시간이면 갈 수 있지만 예전에는 2시간 이상 걸렸던 듯하다. 하지만 소양호를 따라 난 옛 국도는 이제는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번 파로호 탐방은 나에게 다목적 댐의 건설로 생긴 대형 호수 탐방의 묘미를 새롭게 알려주었기에 기회가 닿는다면 우리나라 최대의 호수인 소양호도 전체를 한 번 찬찬히 둘러보고 싶다.
양구군 수인리를 지날 때쯤 졸음이 엄청 밀려와서, 나는 국도에서 벗어나 수인1교를 건너 [수인리마을회관] 옆 공터에 차를 세우고 잠시 오수를 즐겼다.
양구에 도착한 시각은 2시 반 경. 늦은 점심을 먹을까 했으나 식당을 찾기가 수월치 않았고 배도 그렇게 고프지 않아 그냥 탐방을 계속 하기로 했다(점심을 안 먹은 것으로 생각했으나 좀 더 기억을 더듬어 보니 양구 시장 내에 있는 중국집에서 짜장면으로 때웠다. 냉면이 갑자가 땡겨 옆 식당에서 알아보니 아직은 철이 아니라 안 되었다). 이번 탐방을 준비하면서 파로호가 양구까지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양구에 도착하면서 새로 알게 된 것은 '한반도섬'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이 인공 섬의 뉴스를 접했을 때 화천 어딘가에 있는 것으로 치부하였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2006년 양구군이 서천에 저류보를 건설하여 거대한 인공 호수를 만들고, 거기다 2007년도에는 이 호수 내에 한반도섬까지 조성했기 때문이다(이 인공 호수 혹은 습지 조성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7년에 걸쳐 진행된 대규모 사업이었다). 그러니까, 아주 예전에 양구를 찾았을 때에는 이 호수가 없었으며, 중간에 그런 변화가 생긴 것을 몰랐던 나는 2019년도에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에도 모르고 그냥 지나쳤던 것이다.
이곳을 어떻게 탐방해야 할지 몰라 양구 시내를 차를 몰고 돌던 나는 [하리교]를 건너 소로에 차를 세우고 일단 그 주변과 호수로 흘러들어가는 [서천]을 카메라에 담았다. 5월 5일부터 [곰취축제]가 열린다는 현수막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서, 코로나가 한 고비를 지나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는 다시 403번 지방도로를 탔다. 일단 이 도로의 끝까지 가볼 생각이었다. 화천군 강동면 방천리에서 중단된 이 지방도로는 양구읍 정림리에서 상무룡리까지 연결되었다.
조금 나아가니 한반도섬 전망대가 나왔다. 주차장에서 한 장을 찍고 전망대로 올라가서 또 한 장 찰칵. 국내에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한반도 지형이 몇 군데 있고, 특히 영월의 [한반도 지형]은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는 바람에 이 지역의 행정구역마저도 한반도면으로 바뀌었다. 양구는 한반도의 중앙에 있다는 지정학적 특징을 활용하여 인공적으로 한반도섬을 조성하고(반도가 졸지에 섬이 되고 만 아이러니), 그 섬의 전망대까지 만들었는데 이 대담한 발상이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
403번 도로를 달리는 도중에 비가 쏟아져 사진을 찍기가 어려웠다.
다시 돌아나와, 인공 호수(습지) 옆에 있는 [양구인문학박물관]과 [김형석안병욱철학의집]에 잠시 들렀다. 들를까 말까 하다가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듯해서 찾았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월요일이라 휴관이었다. 이곳 또한 텔레비전에서 김형석 교수가 직접 나와 소개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으나, 나는 막연하게도 좀 더 북쪽 어디에 있으리라고 생각을 했다.
인공 호수(습지)를 우측편에 두고 차량 진입 가능한 곳 끝까지 차를 몰고 들어가 주차를 한 다음 한 바퀴 돌기 시작했다. 이 때 시각은 4시 반을 넘고 있었다. 공터에는 연배가 좀 있는 남자 분 두 분이 캠핑카를 세워 두고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하류쪽에는 먹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있었고, 내가 걷고 있는 곳에는 흰구름과 햇살이 빛났으나 그래도 빗방울이 간간이 떨어져 우산이 없는 나를 걱정에 들게 했다. 다행스럽게도 비는 그렇게 빗방울만 날리다 그쳤다.
한반도섬으로 들어가 또 이 섬의 콘크리트로 된 가장자리를 먼저 한 바퀴 돌기 시작했다. 상류에 오염원이 따로 없어서인지 화천의 파로호는 물론 이곳도 물이 정말 맑았다.
십여 분만에 한반도를 다 돈 다음, 섬 안으로 들어가 걷기 시작했다. 백두산부터 시작해서, 묘향산, 지리산, 그리고 제주도의 한라산까지 주요 산들의 모형과 철쭉을 비롯하여 각종 꽃들이 섬을 장식하고 있었는데, 공터도 눈에 띄여 아직도 꾸밀 여지가 더 있을 듯했다.
한반도섬 중간쯤부터 소변이 마려웠으나 마스크를 가져가지 않은 탓에 휴게소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야산에다 볼일을 봐야만 했다.
주차한 곳에 도착. 1시간 20분 정도 걸었다. 다 둘러보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탐방했다.
이 때 시각은 6시 15분 경. 아직 해가 지지 않은 상태라 탐방을 좀 더 이어나가기로 했다. 공수대교를 건너 성곡로를 달려 군량리로 들어가 서천으로 나가보았다. 인공 호수(습지)의 하류인 이곳은 물이 많이 준 상태였고, 강변까지 차를 몰고 와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눈에 띄었다.
고픈 배도 달래고, 숙소도 구할 겸 양구읍내와 차를 주차하고 보니 교회와 레스토랑(비봉전망대) 건물이 나란히 눈에 들어왔다. 하디의 [테스]를 보면 방앗간과 쇠락한 교회를 비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식당과 교회는 우리의 육과 영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글의 좋은 소재이다. 강원도 홍천 부근 국도에서(아마도 44번 국도) 나란히 있는 식당과 교회를 보고 강한 인상을 받았고 그것에 대해 글을 써보고 싶어서 다시 찾아보려 했지만 어디로 실종되었는지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이 미스터리를 해결해 줄 사람 어디 없을까? 홍천분이라면 알 수도 있을 듯한데).
식당에서 내장국밥과 맥주 한 병으로 허기와 힘겨움을 달래고 모텔에 들었다. 주인장은 들어갈 때도 없더니, 텔레비전이 나오지 않아 다시 찾아보아도 또 한 번 오리무중이었다. 그래도 주인장은 영원히 실종되지는 않고 삼십 분 쯤 뒤에 연락이 왔다. 전날 내 전용 베개를 화천 모텔에 두고 와 이날은 모텔 베개를 베고 자야했다. 모텔 베개가 높아서 여행을 다닐 때면 베개를 들고 다니는데 이날은 다행스럽게도 숙면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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