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마친 다음 나는 403번 지방도로를 타고 파로호를 향해 나아갔다. 이 지방도로가 멀리까지 이어지기를 바랐으나 몇 킬로 가지 않아 지방도로는 끝이 나고 [형제좌대]로 이어졌다. 사람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으나 호숫가에는 차들이 꽤 많이 주차되어 있었다. 그리고, 푸르고 맑은 물이 나를 반겨주었다.
다시 돌아나오다가 될 수 있는 대로 빼먹지 않고 찾아본다는 원칙에 따라 [한국수달연구센터]라는 곳도 찾아보기로 했는데, 이 결정은 이번 파로호 탐방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나에게 선사했다. 연구소가 흔히 그렇듯 이곳 또한 폐쇄된 공간이라고 생각했으나 의외로 개방되어 있었고, 수달길이라는 파로호 둘레길로 이어졌다. 그 길이가 5.3킬로미터나 되어(돌아오는 거리까지 생각하면 10킬로미터가 넘는 구간이라 잠시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으나) 힘이 들더라도 호수를 바라보며 호젓이 걸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진 않아서 카메라를 울러메고 나아갔다.
신내마을까지 이어지는 이 둘레길은 찾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지 몰라도 잘 가꾸어져 있었다. 사실 둘레길을 걷는 동안에 트레킹을 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보지 못했으나, 잡초를 깎고 하면서 둘레길을 정비하는 분들은 볼 수 있었다(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나서 무슨 소린가 의아했는데 지나면서 보니 둘레길을 정비하는 분들이었다). 평탄한 산길을 걷는 호젓이 걷는 즐거움과 맑고 드넓은 호수를 보는 기쁨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그런 코스였다. 하지만 신내마을로 들어서면서 나는 길을 놓치고 농가로 들어가 길을 찾아야 했는데, 그 때문에 오히려 지름길로 갈 수 있었다.
신내마을을 나는 이날 처음 알게 되었는데, 글을 쓰면서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오지마을로 텔레비전에도 몇 번 방영된 곳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신내마을에 들어선 나는 둘레길을 돌아가는 것보다는 구봉산을 넘어가는 길을 택했다(그 쪽이 더 가깝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 더 흥미로울 듯했다). 농가에 차가 있어서 의아했는데, 이 궁금증은 잠시 후에 풀렸다. 신내마을은 배로 밖에 갈 수 없는 곳이라고 소개되곤 했으나 이제는 그것도 옛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작년에 [수달연구센터]에서 신내마을로 이어지는 포장 임도가 개통되었던 것이다. [수달연구센터]로 들어갈 때 좌측에 도로가 보였는데, 그 도로가 이 마을까지 이어지는 것이었다.
신내마을에서 [수달연구센터]까지의 임도는 2킬로미터가 좀 넘었으니, 총 7.5킬로 정도 걸은 셈이었다. 임도가 오르막을 올랐다가 내려와야 하는 길이라 지친 발을 좀 더 무겁게 하기도 해 둘레길 탐방은 총 3시간 정도 걸렸다. [수달연구센터]의 옥상에 올라가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정작 이 센터는 크게 흥미를 주지 못했다. 야외에서 실제로 수달을 몇 번이나 보았기 때문인 지도 모르겠다. 센터를 찾은 여자 분 두 분이 나에게 볼만 한 것이 있느냐, 라고 물었을 때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 지 좀 난감했다. 대신에 둘레길이 좋았다는 말만 했다.
'여행 이야기 > 호수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로호 5 [강원 화천군, 양구군](20220502-03) 상무룡리낚시터, 평화의 댐 (0) | 2022.05.17 |
---|---|
파로호 4 [강원 화천군, 양구군](20220502-03) 서천 인공 호수(습지), 한반도섬 (0) | 2022.05.16 |
파로호 2 [강원 화천군, 양구군](20220502-03) 간척천, 말골 하트섬, 오름리 (0) | 2022.05.15 |
파로호1[강원 화천군, 양구군](20220502-03) 타일랜드 참전기념비/파로호유원지선착장 (0) | 2022.05.12 |
학저수지[강원 철원군 동송읍 오덕리](20220501) (0) | 2022.0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