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나온지도 벌써 3개월이 훌쩍 넘어가고 말았지만 이 영화는 올해에 본 영화 중에서 우리 영화와 외국 영화를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아니 가장 충격적인 영화이다. 오락성을 적절히 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락 영화로만 볼 수 없는 여러 문제 의식을 그 안에 담고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이다. (올해 흥행에 성공을 거둔 다른 한국 영화들은 좀 깊이 있는 문제 의식이 담겨 있다고 보기 힘들다.)
이 영화에 뭔가가 있다는 생각이 내 뇌리를 강하게 때려서, 나는 이후 나홍진의 작품을 [추격자]부터 다시 보았다. (계속)
[0901]
(완결된 한 편의 글을 쓴다는 생각보다는 인상들을 적어나간다는 생각으로 다시 한 번 펜을 든다. 2년 전에 [경주]라는 영화가 나왔을 때 나는 뭔가 쓸거리가 있다는 생각에 이 영화를 여러 번 봤다. 두 번, 세 번, 네 번, 춘천의 석사동?에 있는 CGV에서 시작된 이 영화의 감상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무엇을 좇아, 돈암동의 아리랑 시네마?에서, 고대의 시네마트랩에서, 동대문의 메가 박스, 상봉동의 롯데 시네마에서, 그리고 지금은 기억이 미치지 않는 다른 극장에서, 또 VOD로,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다운을 받아서 보고(현재는 VOD에서 무료로 시청을 할 수 있다), 그 중간에는 경주를 직접 찾아가 영화의 현장을 두 눈으로 확인하기까지 했다. 모두 합쳐서 10번 넘게 이 영화를 보았는데 (세상에는 반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스타워즈]를 30번 넘게 본 미국인, 프로이트의 [문명과 그 불만]을 백 번 가까이 읽었다는 사람. 왜? 좋으니까?) 아직도 글은 쓰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기세라면 펜을 든다면 뭐라도 쓰기는 쓰리라.
먼저 [추격자]에 대해 좀 생각을 해본다. 연쇄 살인범 유영철을 모델로 한 듯한 이 영화는 살인이 일어나는 현장과, 살인의 장면의 생생한 묘사로 관객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특히 살인의 현장을 악착같이 빠져나온 김미진(서영희 분)이 다시 지영민(하정우 분)에게 살해당하고 마는 마지막 장면은 스릴러의 공식을 뒤바꿔 놓는 그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점은 지영민의 악에 대해 감독인 나홍진이 별다른 도덕적 판단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지막 부분이 지금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지영민을 찾아내는 인물이 전직 형사이지만 현재는 포주인 중호(김윤석 분)이고, 그가 김미진을 찾아헤매는 이유에는 금전적인 동기가 크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나홍진이 추구하는 세계는 무엇일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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