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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밖의영상들

자백 - 최승호 (센트럴시티 메가 박스, 혼자) [161016]

by 길철현 2016. 10. 17.


탁구가 잘 나갈 것 같더니, 한계에 부딪힌다. 도쿄 올림픽 참가 운운 해보지만, 오늘 나의 현실은 선수도 아닌 초등학생에게도 지고 마는 것이다. 누군가 우스개 소리로 '오십이면 인생 쫑이다'라고 하던데 그 말이 농담만은 아닌 듯하다. 현실의 강퍅함 앞에 그래도 무릎 꿇지 않고. . . 애라, 울적한 마음을 달랠 겸 영화나 한 편 보자.


탁구 시합이 있던 탁구장 근처 강남 고속 버스 터미널의 [센트럴시티]에 있는 메가 박스로 향했다. 흥행가도를 달린다는 [럭키]를 볼까, 하다가 , 상영이 임박한 [자백]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택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국정원의 조작 사건들을 다룬 영화'라는 정도의 정보만 가지고, 그리고 평점도 높은 편이라.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최근 논란이 되었던 탈북 주민으로 서울시 공무원이 되었던 유우성 씨 간첩 조작 사건을 중심으로,  탈북민으로 간첩 혐의로 조사를 받다가 자살한 한준식 씨, 또 70년대에 있었던 '재일 동포 유학생 간첩 조작 사건' 등을 함께 다루고 있다. 감독인 최승호라는 분은 누군지 잘 몰랐는데, 인터넷을 살펴보니, MBC에서 [피디 수첩]이라는 유명한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피디였는데, 명백한 사유도 없이 해고되었다고 나온다(그래서 그런지 낯이 익다).


영화를 보면서 계속 들었던 생각은 국가의 통치 권력도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괴물처럼 흉물스럽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 흉물스러움은 권력을 등에 업고, 무슨 목적인지는 잘 알 수 없으나, 불법도 서슴지 않는다는 것. 법의 지향점이 공정함이고 평등함이라면 권력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동일한 잣대와 처벌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것. 지강헌이라는 인물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유행시켰는데, '유권무죄, 무권유죄'가 되어서는 정말 안 될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말을 이 시점에서 - 유신시대로 아닌데 -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와 더불어 조지 오웰이 [1984]에서 보여준 것처럼 권력에 의한 여론의 조작을 항상 경계하고, 막연한 불안감의 조성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것.


이 또한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를 분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의 생각은 서로 다르고, 그래서 끊임없는 갈등의 연속 속에서 사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지만 -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하여 아무런 죄도 없는 힘 없는 자들을 억압하는 일은 제발 좀 없었으면. 그리고 그런 일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맞서 싸울 힘을 갖고, 무엇보다 그러한 일에 자신도 모르게 동조하는 일은 없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