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어 달 어머니 간병과 엘보라는 두 개의 악재가 겹쳐서 탁구가 정체 내지는 퇴보 상태이다. 우리 모임의 후배 중 한 명은 2년만에 처음 라켓을 잡았는데, 그날 정기모임에서 우승을 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더욱 놀라운 일은 이 후배의 20년 가까운 동호회 생활 중 첫 우승이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엔 일 주일만 운동을 안 해도 표시가 금방 난다.
심한 엘보가 아니어서 운동을 재개했지만, 엘보용 밴드를 착용하고도 운동할 땐 항상 불안하다(예전에 두 번 정도 엘보로 고생을 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처음 엘보가 왔을 때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일 년 가까이 운동을 못했던 듯하다). 통증이 없는 것은 아니어도 탁구를 칠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감각의 부족을 연습량으로 보충해 왔는데 그것마저도 여의치 않으니 승률이 자꾸만 떨어진다. 마음을 좀 비우고 탁구를 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려고 해도 쉽지 않다(말이 즐탁이지 지고 기분 좋은 사람은 없으리라. 자꾸 지다보면 짐이 돌덩이처럼 마음의 짐이 되고 만다).
YG 서브 연습을 시작한 지도 십 몇 년이 되었다. 처음엔 공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을 정도로 YG 서브는 고급 기술 중의 하나이다(하지만 젊은 친구들은 금방 익혀서 잘도 써먹는데, 난 십 몇 년을 했는데도 고수인 누군가는 나에게 "며칠 전에 시작한 것처럼 어색하다"고 타박을 해 기를 꺾기도 했다). 40년도 더 묵은 탁구라 이제 마지막으로 해볼 여지가 있는 것이 이 YG 서브라고 생각하고 최근 4,5년 틈만 나면 이 서브 연습에 매진했다(누군가는 또 나에게 "연습 천재"라는 말을 하기도 했구나. 탁구 감각은 몰라도 노력 하나는 알아준다는 말이리라). (백핸드 드라이브도 아직 숙달시킬 부분이 많이 있구나.)
YG 서브의 최고 난점은 커트 양을 늘리는 것인데 정말 아무리 연습을 해도 눈에 띌 정도로 늘지는 않는다. 커트 양을 늘리는 것이 어렵다면 바운드라도 낮게 들어가도록 해야 하는데 이것도 쉽지가 않다. 시합에서는 가끔씩 타주는 사람을 만나 득을 보는 경우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직도 득보다 실이 많다. 아무리 해도 안 된다는 생각에 포기해 버릴까 하다가도 지난 시간 해온 것이 아깝고, 아무리 미미하더라도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닌 데다가, 거기다 타주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으니 갖고 있을 필요는 있다. 백을 투자했는데 열을 얻었다면 가성비면에서는 떨어진다고 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그럼에도 YG 서브를 연습하는 시간은 한편으로는 나를 만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동일한 동작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나는 나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그러면서 탁구에 대한 애정과 증오?를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것이다. 할 수 있으니까 해본다는 것, 할 수 없을 때까지 밀고나가 본다는 것, 인생 뭐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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