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행 이야기, 어쩌다 보니 문학 기행(6) 하이드 파크 산책/아침 식사

둘째 날(20160123, 토)

 

돌아다니는 것, 어디를 찾아가는 것, 길을 보고 이해하는 것, 하나하나가 난제이다. 처음에는 분명 여러 난관이 따른다. (변환기 꽂는 것만 해도 그랬고, 문을 잠그지 않고 세게 닫으면 잠기는데 억지로 잠그려고 했던 것. 또 그렇게 잠겼던 것. 아마도 문을 좀 강하게 닫았던 모양. 웃기는 일이 많다.) (노트북에 적은 글)

 

이 호텔은 카드키가 아니라 일반 열쇠를 이용하는데 특이하게도 문을 닫으면 잠기는 방식이었던 듯하다. 이것 때문에도 한 동안 드잡이를 했다. 

 

세 시가 넘어서 잠이 든 듯한데 깨고 보니 다섯 시가 조금 넘었을 뿐이었다. 좀 더 잘까 하다가 몸을 일으켜 일기를 쓰고는 근처에 있는 하이드 파크로 향했다. 런던의 대표적인 공원이자 소설과 영화 속에 많이 등장했는데, 이상하게도 구체적으로 기억나는 작품은 없었다. 빅토리아 게이트(Victoria Gate)를 지나 서펜타인(Serpentine) 호수를 따라 걸었다. 아직 여섯 시도 채 되지 않아서 사방은 어두컴컴했고, 산책로 주변에 자리한 런던에 와서 계속 보게 되는 아름드리 나무들만 겨우 식별이 될 정도였다. 이 공원은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보이는 것이 없으니 아름다운지 어떤지 알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큰 검은 색 개 한 마리가 혼자 돌아다니기에 의아했는데 머리에서 붉은 빛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감시 카메라를 장착을 하고 순찰을 도는 경찰견인 듯했다. 약간 SF 소설 속의 한 장면 같았다. 아무리 찾아도 화장실은 보이지 않고 어두우니까 아무데서나 볼일을 보아도 되지 않을까 하다가 괜히 걸려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생각에 결행을 못했다. 드디어 화장실을 발견하고 부리나케 달려가보았으나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하는 수 없이 구석진 곳에서 터지기 직전의 오줌보를 비워낼 수밖에 없었다. 

이 날 낮에 찍은 것. 이 글을 마칠 때 쯤에는 이 나무의 이름을 알게 될까?

오리와 백조 등이 더러는 아직 자고 있었고 또 몇몇은 벌써 헤엄을 치고 있었는데 그 수가 상당히 많았고, 어떤 곳에서는 나이 든 백인이 이 물새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조깅을 하는 사람이 두어 명 눈에 들어왔다. 공원으로 차들은 못 들어온다는 안내문이 있었으나 왠일인지 차들은 연이어 대로를 따라 지나갔다. 호수의 끝부분에서 물항아리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 조각상이 있는 곳이 좀 아름다웠는데도 별 흥취를 주지는 못했다('이탈리안 가든즈' 쪽이었던 듯). 7시가 지났지만 아직도 사방은 별로 밝지 않았으며, 아시아계의 젊은 남녀 한 쌍이 다정하게 걸어가는 모습이 혼자라는 걸 새삼 실감하게 했다. 

 

산책이 몸을 피로하게 하고 이완시켜 주어서인지 숙소로 돌아와서는 9시까지 한 시간 반 정도 숙면을 취했다. 서둘러 지하 1층에 있는 식당으로 내려갔다. 평일에는 9시까지가 조식 시간이지만, 토요일이라 10시까지 아침 식사를 할 수 있었는데, 오랜만에 먹는 양식 아침이라 모든 것이 낯설었다. 식기를 어디에서 가져와야 하는지부터 헛갈렸다. 하지만 아침을 시리얼 혹은 뮤즐리와 과일로 간단하게 때우는(이것도 양식이긴 하다) 나에겐 꽤 진수성찬이었다. 샌드위치와 소시지, 콩, 이름 모를 죽 같은 것, 스크램블드 에그, 치즈, 계란을 얇게 썬 것, 거기다 주스. 오이와 토마토는 다 떨어져서 못 먹고 있었는데 나중에 더 갖다 놓아 콩 등과 함께 한 번 더 가져와서 먹었다.

한 명은 나이가 좀 있고 또 한 명은 어린 백인 여성 두 명이 음식 조리와 서빙을 겸하고 있었는데, 나이 든 여자 분이 나에게 토스트를 먹을 거냐고 물었다.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은 빵뿐인 토스트예요'(Just plain toast, nothing's in it)라고 했던가? 말도 잘 안 들리고 배도 불러 사양을 했더니 좀 섭섭해 하는 듯했다. 내복 위에 바지를 입고, 위에는 체육복을 입어서 복장이 좀 거북했다. 그래서인지 그곳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좀 적대적으로 보였다. 이슬람 계통의 노부부, 유럽 어디에선가 온 듯한 젊은 부부. 어느 나라 말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한쪽 구석에서는 젊은 남자가 나처럼 체육복을 입고 휴대폰을 보면서 혼자 식사를 하고 있었다. 

 

피로가 가시지 않아 내 방으로 와서 좀 잠을 자려다가 일단 책을 구입하는 것이 좋을 듯해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했다. 와이파이는 한 번 연결을 해두자 그 다음부터는 무사통과로 연결이 되었고 '런던의 중고 서점'(Used Book Stores in London)이라고 치자, 블룸즈버리(Bloomsbury) 지역에 있는 '스쿱'(Skoob)이라는 서점이 유명한 것으로 나왔다. 이 서점은 온라인 판매도 하고 있었는데, 콘래드의 책이 좀 있었다. 인터넷에서는 스쿱이 '북스'(Books)를 거꾸로 한 것이라는 이야기, 또 서점 주인이 런던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였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 서점 인근에는 저드(Judd)라는 헌 책방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