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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책을 읽다

고미숙 -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그린비(2003. 2005)

by 길철현 2022. 10. 31.

[감상] 

박지원과 그의 대표작 [열하일기]의 예찬자인 고미숙이 쓴 [열하일기] 해설서이다. 그녀는 이 책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29) [열하일기]는 . . . 유목적 텍스트이다. 그것은 여행의 기록이지만, 거기에 담긴 것은 이질적인 대상들과의 '찐한' 접속이고, 침묵하고 있던 사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발견의 현장이며, 새로운 담론이 펼쳐지는 경이의 장이다. 주체도, 대상도 없이 그저 흘러가는 강렬한 흐름만이 범람하는 광야 혹은 평원, 게다가 그것이 만들어내는 화음의 다채로움은 또 어떤가. 때론 더할 나위 없이 경쾌한가 하면, 때론 장중하고, 또 때론 한없이 애수에 젖어들게 하는, 말하자면 멜로디의 수많은 변주가 일어나는 텍스트, 그것이 [열하일기]다.

 

(20220109-) 

 

[정리]

 

- 프롤로그 ; 여행 * 편력 * 유목

28) 인디언이 되었으면! 질주하는 말잔등에 잽싸게 올라타, 비스듬히 공기를 가르며, 진동하는 대지 위에서 거듭거듭 짧게 전율해 봤으면, 마침내는 박차를 내던질 때까지, 실은 박차가 없었으니까, 마침내는 고삐를 집어던질 때까지, 실은 고삐가 없었으니까, 그리하여 눈앞에 보이는 땅이라곤 매끈하게 풀이 깎인 광야뿐일 때까지, 이미 말모가지도 말대가리도 없이. 

(카프카 - 인디언이 되려는 소망)

29) [열하일기]는 . . . 유목적 텍스트이다. 그것은 여행의 기록이지만, 거기에 담긴 것은 이질적인 대상들과의 '찐한' 접속이고, 침묵하고 있던 사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발견의 현장이며, 새로운 담론이 펼쳐지는 경이의 장이다. 주체도, 대상도 없이 그저 흘러가는 강렬한 흐름만이 범람하는 광야 혹은 평원, 게다가 그것이 만들어내는 화음의 다채로움은 또 어떤가. 때론 더할 나위 없이 경쾌한가 하면, 때론 장중하고, 또 때론 한없이 애수에 젖어들게 하는, 말하자면 멜로디의 수많은 변주가 일어나는 텍스트, 그것이 [열하일기]다.

 

1장. "나는 너고 너는 나다"

43) [방경각외전]

64) 백탑청연 -- 벗들과 어울림

65) 아내는 잃어도 다시 구할 수 있지만 친구는 한 번 잃으면 결코 다시 구할 수 없는 법, 그것은 존재의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절대적 비극인 까닭이다. 

80) 100여 종이 넘는 수많은 연행록

85) 3년여에 걸쳐 [열하일기]를 퇴고 

 

2장. 1792년, 대체 무슨 일이? --[열하일기]와 문체반정

 

3장. '천의 고원'을 가로지르는 유쾌한 노마드 

150) 창대는 앞에서 경마를 잡고 장복은 뒤에 따른다.

172) 나를 알아주는 이가 드물다면 나는 참으로 고귀한 존재다. 노자. 

183) 중류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한 조각 검은 구름이 생겨 독한 바람을 품고서 남에서부터 굴러 오더니 삽시간에 모래를 날리고 티끌을 자아올려 연기와 안개처럼 하늘을 덮어서 지척을 분변하지 못할 지경이다. 배에서 내려 하늘을 쳐다본즉, 검으락푸르락하고 여러겹 구름이 주름잡듯 하였는데, 독기를 품은 듯 노염을 피는 듯 번갯불이 그 사이에 얽히어 올올이 번쩍이는 금실이 천 송이 만 떨기를 이루었으며, 벽력과 천둥이 휘감고 겹겹이 싸여서 마치 검은 용이라도 뛰어 나온 듯싶다. [막북행정록]

225) 자본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피를 묻히고 출현한다. 맑스

"만약 화폐가 태어날 때부터 한쪽 뺨에 핏자국을 띠고 출현한다면, 자본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피와 오물을 흘리며 출현한다." 

235) 조선시대 전체를 통틀어 티베트 불교에 관한 유일한 기록

 

4장. 범람하는 유머, 열정의 패러독스

252) 그가 웃음을 만들어내는 원리는 지극히 간단하다. 보다시피 웃음이란 단조로운 리듬을 상큼하게 비트는 불협화음이요, 고정된 박자의 흐름에 끼여드는 엇박이다. 판소리로 치면, 적재적소에 끼여드는 '추임새'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그런 점에서 연암은 말의 리듬, 삶의 호흡을 기막히게 터득한, 일종의 '예인'이다. 

259) 박제가 - 문명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중국어를 공용어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 (북학파)

302) "문명은 기왓조각과 똥거름에 있다"

315) 북벌의 망상 - 공허함과 맹목

 

5장. 내부에서 외부로, 외부에서 내부로!

326) <상기> 세계를 주재하는 외부적 실체란 없다. 고정불변의 법칙 역시 있을 수 없다. 무상하게 변화해 가는 생의 흐름만이 있을 뿐!

345) 강희 - 옹정 - 건륭

352) (천주교. 카톨릭에 대해) "저들로서는 근본되는 학문의 이치를 찾아냈다고 자칭하고 있으나 뜻 먹는 것이 너무 고원하고 이론이 교묘한 데로 쏠리어 도리어 하늘을 빙자하여 사람을 속이는 죄를 범하고" 있다.

 

보론 : 연암과 다산 -- 중세 '외부'를 사유하는 두 가지 경로

380) 신은 지금부터라도 국내에 유행되는 것은 모두 모아 불사르고 북경에서 사들여오는 자를 중벌로 다스린다면, 사설들이 뜸해지고 문체가 한 번 진작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약용 - 문체책)

390)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는 내용이 아니면 그런 시는 시가 아니며,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을 분개하는 내용이 아니면 시가 될 수 없다. (정약용)

395) 진정한 의미란 대상의 표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잡았는가 싶으면 날아가 버리는 그 순간에 돌연 구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그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의 중심적 기표로 환원되지 않는 수많은 의미들의 산포, 혹은 다층적 표상이다. (박지원)

 

- 에필로그 2003년 봄, 열하일기의 길을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