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고
파리에서 근무하던 중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으로 졸지에 망명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고, 또 호구지책으로 택시 운전을 할 수밖에 없었던 저자의 느슨한 자서전 형식의 글이다. 필자가 파리에서 택시 운전을 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프랑스와, 태어나서 학창 시절, 군대, 그리고 회사원이 될 때까지 발을 딛고 살았던 박정희 정권 아래에서의 한국이 대비, 교차되면서 우리의 암울했던, 그러면서도 그 가운데에서 사회의 변화를 모색하던 청춘의 모습이 잘 담겨있다. 나보다 대략 20년 앞선 저자와 그 주변의 인물들(지금은 누구나 아는 유명 인사들인 김지하, 유홍준, 유인태 등)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일제 강점기와 625 등의 엄청난 시련을 겪고 난 다음 독재 치하의 후진국이었다가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이루어낸 국가로 변모한 현재의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우리가 이룩한 경제 발전에서 독재자인 박정희가 일정 부분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노인이 된 저자가 박정희를 어떤 시각으로 보고있을지 궁금하다.
- 발췌
98)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 저 깊은 곳에서 뿌듯한 만족감이 솟아오르는 것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것은 한편으로 내 몸을 움직여 솔직하게 돈을 벌었다는 것과, 다른 한편으로 나도 무언가 해낼 수 있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택시운전사로 한 달 수입을 올린 다음)
163) 할아버지는 당신의 할아버지께서, 이씨 조선이 망하고 한일합방이 있은 후에 일본 왕이 주었다는 작위를 물리친 몇 안 되는 분 중에 하나라는 것을 몇번이고 반복하여 말씀하셨다.
215) 오오까의 밀감
266) 남민전이 너무 무모했었다고들 말한다. 그렇다. 무모했다. 하지만 나처럼 수학은 잘했지만 계산을 잘 못하는 사람에게는 무모하지 않았다. 나는 계산에 어두웠고 또 계산을 싫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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