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지금 예수가 오신다면
십자가가 아니라 똥짐을 지실 것이라는
권정생 선생의 글을 읽었다
점심 먹으러 갈 때마다 지나다니는 농업박물관
앞뜰에는 원두막에 물레방아까지 돌아간다
원두막 아래 채 다섯 평도 안 되는 밭에
무언가 심어져 있어서 파랬다
우리 밀, 원산지 : 소아시아 이란 파키스탄이라고 쓴
푯말이 세워져 있었다
농업박물관 앞뜰
나는 쪼그리고 앉아 우리 밀 어린싹을
하염없이 바라다보았다
농업박물관에 전시된 우리 밀
우리 밀, 내가 지나온 시절
똥짐 지던 그 시절이
미래가 되고 말았다
우리 밀, 아 오래 된 미래
나는 울었다
[출처] 이문재, 다섯 편의 시|작성자 비 온 후 갬
'한국시 및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형준 - 바닥에 어머니가 주무신다 (0) | 2023.05.23 |
---|---|
박형준 - 해당화 (0) | 2023.05.23 |
이육사 - 꽃 (0) | 2023.05.22 |
이제하 - 청솔 푸른 그늘에 앉아(1954) (0) | 2023.05.17 |
이윤학 - 째깐한 코스모스들, 피어난 새시 (0) | 2023.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