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많은 운동 중에서 왜 하필 탁구냐고?
그럼 왜 분단된 빈국의 독재자의 나라에서
그것도 백정의 자식으로 태어나
지랄맞은 근친상간의 덫에 걸리어
오십육 년 하고도 구개 월의 시간을 보내야 했는지?
라켓을 처음 잡은 그 순간부터
그냥 무작정 좋았다고 하면 안 될까?
탁구대 위에서 똑딱하고 튀는 공 소리가 좋았고
좀 더 늘어난 팔이 좋았다고?
술이나 담배보다, 섹스보다 마약보다, 게임보다
그리고 공부보다도
찢어 죽이고 싶도록 좋았다고
미쳐 나자빠질 정도로 좋았다고
탁구라도 쳐야 견딜 수 있으니까
탁구의 길은 로마로 통하니까
아니, 사십오 년을 걸어온 길을 내팽개치고
다른 길로 가는 건 개갈이 안 나니까
슬픔을 웃어젖힐 줄 알아야 하니까
니 똥보다 내 똥이 좀 더 굵으니까
빠른 눈, 빠른 발, 빠른 손을 갖고 싶었으니까
아무튼 죽이고 싶도록 좋았으니까
아무튼 죽고 싶도록 징그러웠으니까
어쨌든 탁구는 계속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