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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저수지가 날, 그게 아니라면

by 길철현 2023. 7. 26.

내가 저수지를 찾은 것이 아니라

저수지가 날 불렀어

언제부터였을까

첫사랑이 빠져 죽은 데인 모양

저수지가 날 불렀어

너도 아니고 그도 아닌

저수지가 날 불렀어

새벽이었나 

아침이었나

태양이 뜨거운 대낮이었나

눈보라 몰아치고 모든 게 꽁꽁 어는 

대한 쯤이었나

난 처음엔 당연히 듣지 못했지

저수진 무서운 곳이야

저수지를 찾는 건 

인생을 허비하는 자들이나 하는 짓이야

교과서가 아니더라도

엄마 아부지 삼촌 동네 어른

모두 입을 모아 말하고 있었지

그래도 저수진 날 불렀어

목이 다 쉬고 목에서 피가 날 정도로

난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면서도

마냥 무서워서

저수지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았어

그렇게 시간이 흘러

늙다리가 되어 버린 나를

저수지가 다시 한번 날 불렀어

아마도 빈사의 상태였을 거야

어느 깊은 밤

물귀신에 홀린 듯

난 저수지 앞에 서 있는 날 보았지

허연 머리털을 하고

거웃마저 희어진 채

꺼부정한 다리로

그날 모든 것이 보이는 어둠 속에서

난 저수지의 목소리를 똑똑히 보았어

저수지는 나를, 

날,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