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작시

탁구의 신

by 길철현 2023. 7. 28.

탁구의 신은 줄여서
가뭄에 콩나듯
탁신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혹자는 탁구의 신발 아니냐며
터무니없이 엉까기도 한다
탁구의 신에 얽힌
삼만 삼천 삼백 삼십 한 개의 이야기 중
별로 유명하지 않은 것으로
인간이 탁구를 만든 뒤
신이 탁구에 따라붙어
탁구의 신이 된 것인가
아니면 탁구의 신이 
인간에게 탁구를 하사하여
인간이 탁구의 신을 
섬기게 된 것인가
에 대한 섬뜩한 논쟁이 있다
그런데 남는 것이 시간뿐인 혹자는
탁구의 신의 성별을 문제시하여
"탁신의 성은 남성인가, 여성인가, 혹은 간성인가,
그게 아니라면 신의 성은 비동비인이므로
그것을 묻는 것 자체가 난센스인가?"
라는 긴 제목의 아주 길고 지루하여 사장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탁구의 신과 탁구의 관계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대표적으로 
탁구의 신이 탁구를 만들기는 했으나
이후 탁구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는 설과
손가락에 맞은 공이 
네트 위에서 잠시 춤을 추다
이짝으로 주저앉을지
저짝에서 데구르르 구를지
그 모든 일체를 관장하고 있다는 설이
당겨진 시위처럼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안타깝게도 
현대의 탁구인들은
점점 더 탁구의 신을 망각하고
탁구 자체에만 몰두하고 있다
잊혀진 탁신의
분노의 이갈이
그로  인한 진동으로

넷지의 빈도가 
높아만 가는 듯하다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여사 어록  (4) 2023.08.02
탁구의 꿈  (0) 2023.07.31
인간은 왜 이상한 걸 믿을까?  (0) 2023.07.28
탁구의 길 11 정수리에 새겨야 할 대원칙  (0) 2023.07.26
저수지가 날, 그게 아니라면  (2) 2023.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