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인폭포를 소개합니다'에 이어 예전에 써두었던 글을 다시 올려본다. 재인폭포에 대한 글쓰기는 진행형이지만, 이 글이 중심 부분이라는 건 분명하다.]
이 글은 무엇보다도 만남에 대한 이야기이다. 처음엔 낯설었던 어떤 곳이 그 원인은 잘 알 수 없으나 자주 접하는 사이에 친밀한 것으로, 나아가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런 관계가 되고 만 한 장소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재인폭포를 만나면서부터 폭포에 대한 사랑을 키워왔고, 그 한 줌 망설임 없는,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추락 속에서, 그리고 그 추락이 빚어내는 울음 속에서 내 마음 깊은 곳의 손쓰기 힘든 어쩌면 작지만 깊은 생채기를 거듭 확인하고 또 위안을 받았다. 사실 ‘에필로그’ 이전의 글들은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최소한의 변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2004년 정도에 완성한 것인데, 이번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덧붙여 사람들과의 소통을 시도해 본다. 재인폭포를 알게 된 1997년부터 ‘시작 노트에서’를 쓴 2000년까지는 앞으로 내 삶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는 모르겠으나 큰 사건들이 많았던 격동기였다. 나는 폭포 앞에서 많은 속울음을 울었고, 또 우리의 이 삶이라는 것을 안간힘을 쓰며 직면해 보려 했다. 달리 생각한다면 폭포가 무슨 말을 담고 있을까? 다만 내 마음의 답답함이 폭포에서 무언가를 읽어내려 한 것이겠지. 그렇다면 이 글은 내 삶의 아픔을 재인폭포라는 장소에 빗대 단편적으로 기록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재인폭포는 이제 연천 댐(이 댐의 올바른 명칭은 한탄강 댐이다. 왜 이런 기억의 오류가 생겼는지는 명확히 이해할 수 없지만 ‘되찾은 재인폭포’에서 이와 관련해 몇 마디 써보았다)의 건설로 접근이 힘든 장소가 되어버렸고, 또 언젠가는 수몰될 그런 운명에 놓여있다. 바꿔 말하자면 다가갈 수 없는 재인폭포를 내 마음 깊은 곳으로 옮겨 오면서 현실적으로는 떠나보내야 할 시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으리라.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이 글은 또 한편으로는 이별로 나아가는 그런 이야기이기도 하다. 인간 마음의 소용돌이는 힘겨우면서도 또 아름다운 무늬를 자아내는 것일까? 누가 그걸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그냥 울고 웃고 또 노래하는 것 외에.
약간 뜬금없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재인폭포와 인연을 맺어온 1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재인이라는 이름에서 단 한 번도 의식선상에 떠오르지 않았던 죄인이라는 단어가 이 글을 내보내는 이 시점에 문득 떠오른 것은 무슨 까닭일까? 여기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그것에 대한 답은 이 글을 읽는 분들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더 흥미로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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