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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김광규

김광규 - 그대의 두 발

by 길철현 2023. 8. 24.

영화나 연극이나 오페라 보면서

두세 시간 객석에 앉았도라면

참으로 오래간만에 양쪽 발도

보행의 노고를 벗어나

모처럼 안식을 누린다

적어도 예술을 감상하는 동안이라도

마음 놓고 쉬게 하자

쉴 틈 없이 신발 신겨 부려먹으면서

착한 두 발 주물러주지는 못할망정

육신의 프롤레타리아

눈길조차 주지 않고

업신여기지 말자

흔히 손보다 앞서 나가면서도

악수한번 못 해보고

언제나 당나귀처럼 순종하는

두 발 씻겨주지는 못할망정

그냥 내버려두기라도 하자

다행하게도 발을 다치지 않은

오늘 같은 날은

 

"그저께 보낸 메일". 문학과지성사.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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