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와 잎사귀 뒤흔들며
지나가는 바람 소리
제 목소리로 바꿔보려고
뒷동산 갈잎나무들 얼마나 오랫동안
수런거렸을까
귓전 스쳐가는 그 소리
자기 말로 적어보려고
얼마나 오랫동안 그 사람은
잠 못 이루고 몸 뒤척이며
귀 기울였을까
아무도 하지 않는
쓸데없는 짓 평생
되풀이하다가 떠나간
자리에 오늘은 빛바랜 낙엽들
굴러다니고 구겨진 낙서 몇 장
드문드문 행인들이 밟고 가는 뒷골목
소식 끊어진 지 이미 오래된
어느 시인이 살던 동네
"그저께 보낸 메일". 문학과지성사.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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