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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일본 규슈 여행

일본 규슈, 나 홀로 6박 7일(8) - 후쿠오카 성터(20231028)

by 길철현 2023. 12. 6.

복강현호국신사에서 나온 시각은 대략 12시. 길 건너편에 연잎이 가득 덮힌 작은 연못과 꽤 큰 규모의 성벽이 보여 발길을 그쪽으로 옮겼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날은 점점 더 화창하게 개어가고 있었다.

 
[안내문] 후쿠오카성은 구로다 간베에와 그의 아들에 의해 1601년부터 7년간에 걸쳐 축성되었습니다. 구로다 간베에는 전국시대에 천하통일을 달성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섬겼던 군의 참모였습니다. 축성의 명수라고 불렸던 간베에가 지은 성이었던만큼, 적과의 전투를 상정한 성의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국가 지정사적입니다. (오호리 공원의 안내문에는 후쿠오카 성을 축성한 인물이 구로다 나가마사로 되어 있어서 뭔가 이상했는데, 구로다 간베에[혹은 요시타카]의 아들이 구로다 나가마사이다. 그런데, 이들 부자 모두 임진왜란에 참전하였으며, 나가마사가 경상남도 기장군에 조성한 죽성리 왜성은 아직도 남아 있다고 한다. 4백 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가는 악연.)
 
일본의 축성 양식은 우리의 그것과 어떻게 다를까 하는 궁금증에 성벽만 남아있는 곳이긴 했어도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후쿠오카 성터 안내도. 인터넷

걸어오는 사람과 비교해 볼 때 성벽이 5미터는 넘을 듯.

 
언덕으로 올라가 오른편으로 들어서니 길다란 다몬야구라 성루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안내문] 다몬야구라 성루는 후쿠오카성 축성 당시의 위치에 존재하는 유일한 건물입니다. 건물 내부는 16개의 작은 방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무기나 갑옷을 보관하는 창고로도 사용되었습니다. 이 성루는 국가 지정 중요문화재입니다. (1853년에 개축.)
 
오른편에 있는 입구로 들어가려고 하니 노인 한 분이 뭐라고 하는데 신발을 벗으라는 말인 듯했다. 신발을 벗어 비닐봉지에 넣고 슬리퍼로 갈아신자 그 분은 방명록을 내밀었다. "와타시와 간코쿠진데스"라고 하니, 또 뭐라고 했는데 그냥 미소를 지을 수밖에.

수령이 백 년도 넘어 보이는 벚나무들이 이곳의 역사를 가늠케했다.
우물.

[안내문] 이곳에는 우라고몬(뒷문)이 있었습니다. 우라고몬은 무사들이 혼마루에 가기 위해 통과하는 문으로 일상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혼마루[ほんまる, 本丸]는 성의 중심부, 중심 건물)
 
우라고몬을 지나(지났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성의 제일 높은 부분인 (대)천수대로 향했다. 이곳에 올라서자 나무들 너머로 오호리 공원과 건물들이 보였다. 

 
[안내문] 이곳은 천수대의 윗부분입니다. 표고 36m입니다. 서쪽 방면에서는 오호리 공원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 천수가 세워져 있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것은 후쿠오카 성의 수수께끼의 하나입니다. (천수는 천수각의 준말로 망루를 가리킨다.)
 
해발 36m가 그리 높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주변에서는 가장 높은 곳이라 사방으로 돌며 사진을 찍었다. 젊은 남녀가 포토존을 점령하고 비키지 않아서 좀 짜증이 났는데 듣고 보니 한국어였다. 그런데, 잠시 뒤에 들리는 말은 중국어, 뭐가 뭔지 헛갈렸다. 

 

건물들로 들어찬 도시 풍경과 먼 산들이 큰 의미없이 지나갔다.

[안내문] 이곳은 소*중 천수대입니다. 소*중 천수대의 돌담 위에는 성루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이 돌담이 혼마루를 남북으로 분담함으로써, 남쪽으로부터의 적의 침입을 막는 역할을 했습니다.

[안내문] 이 아래에는 미즈노테(저수지)가 있었습니다. 미즈노테란 장기간 성안에 갇히게 되었을 경우에 대비해서 음료용 용수를 모아두었던 장소였습니다. (음료용 용수라는 표현도 다소 웃긴다. 구기장 부근인 듯.)

구기장.
열심히 설명을 듣고 있는 관광객들.

[안내문] 마이즈루 공원에는 약20종류의 합계 1000그루의 벚나무가 심어져 있습니다. 매년 개최되는 "후쿠오카성 벚꽃 축제"에서는 벚꽃의 라이트업이나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며,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봄의 풍물시가 되었습니다. *예년의 절정기: 3월 하순 ~ 4월 상순. (마이즈루 공원은 후쿠오카 성터와 축구장, 야구장 등을 아우르는 공원)

[안내문] 이곳은 혼마루입니다. 혼마루는 성 안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의 하나입니다. 혼마루에는 초대 번주가 거주하면서 정무를 집행하던 혼마루고텐이 있었습니다. (고텐[ごてん, 御殿]은 어전, 번주전이라고 해야 하나?)

[안내문] 이곳에는 오모테고몬(정문)이라고 불리는 커다란 성루의 문이 있었습니다. 오모테고몬은 무사들이 특별한 날에 혼마루로 가기 위해 통과하는 문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니노마루터

 
흔적만 남아 있는 성터 이곳저곳을 발길이 이어지는 대로 걸어가다 보니, 넓은 경기장에서는 미식축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럭비가 인기가 있다고 하던데 미식축구는? 거기다 그 옆 넓은 공터에서는 또 다른 행사에 모인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행사 천국?).

[안내문] 이곳에는 히가시고몬(동문)이 있었습니다. 문에 들어가면, 오른쪽에 직각으로 구부러진 계단이 있어서 공격하는 사람이 간단하게 쳐들어 오지 못하는 구조였습니다. 

[안내문] 고로칸은 7세기 후반에서 11세기 중반의 영빈관으로서 일본에 3군데 설치되어 있었는데, 유적이 확인되는 곳은 이곳 후쿠오카의 고로칸뿐입니다. 발굴 조사의 결과, 해자를 끼고 남북으로 두 개의 건물이 있었으며, 해자에는 다리가 설치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행복한 개들?

 
드디어 성 밖으로 탈출. 성 밖에는 예전에 동쪽 해자 역할을 했던 못을 연잎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유적을 전시하는 공간인데 지하로 내려가야 해서 패스(해자의 석벽을 전시한 공간인 듯).

 
조금 더 걸어가다 보니 아카사카 역이 나와 지하철을 타고 출발지인 기온 역으로 향했다. 이때 쯤 후쿠오카 시를 벗어나자는 생각이 구체화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