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나와 무작정 부근의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식당과 술집 들이 모여있었고, 왼쪽 골목으로 돌자 무슨 행사를 하는지 사람들이 꽤 많이 모여있었다.
[안내문] 성 라자로 병원, 성 조안교회 터 - 1580년 나가사키는 예수회령으로 기부되어 예수회 본부가 설치되는 등 일본 기독교의 일대 중심지가 되어 수많은 교회가 세워졌습니다. 그 모습은 훗날 일본의 작은 로마로 불릴 정도였습니다.
1591년 도래한 로케 데 메로베레이라는 이곳에 주민을 위한 병원을 개설했습니다. 한편 프란시스코회 사제인 바우치스타가 웅장한 산조안 바우치스타 교회(사제는 일본인)를 세웠습니다. 그러나 1614년 금교령에 의해 파괴되고 말았습니다.
언덕으로 이어지는 지형과 그 중간의 집들, 그리고 꼭대기에 있는 큰 건물들은 나가사키가 부산과 비슷한 산지형 항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내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드넓게 자리하고 있는 묘지였다. 시내 중심지에 이런 대규모 묘지가 있다는 게 놀라웠다.
니시자키 공원에는 1597년에 이곳에서 처형당한 26명의 천주교인들을 추모하는 기념비와 기념관이 있어서 올라가 보았다. 나가사키는 일본에서 가장 먼저 서양 문물을 받아들인 곳이라 천주교 신도들도 많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통치자들도 서양 문명에 대해서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어느 정도 개방을 했다가 때로는 심한 박해를 했다. 종교적 신념이 국가의 법보다 앞서는 것인지? 국가가 금지하는 포교 활동을 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지? 그렇다고 국가의 통치 행위는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인지? 이 시기의 포교와 박해, 배교의 문제를 다룬 마틴 스코세이지의 "사일런스"(엔도 슈사쿠의 동명의 소설이 원작)라는 영화는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이 영화는 여행 전엔 유튜브에서 요약본만 본 상태여서, 여행 뒤 시간을 내어 전체를 다 감상했다. 비종교인인 나로서는 목숨을 걸고 종교적 신념에 매달리는 사람들도, 사람들의 종교적 신념을 박해하는 통치자들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우리나라에서는 김훈의 소설 "흑산"이 조선시대의 천주교 박해를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인데, 종교적 신념 때문에 풍비박산이 나고만 정약용 일가가 정말 안타깝지만, 황사영(정약용의 맏형인 정약현의 사위)이 도피 중 외세에 도움을 청하려 한 것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문제가 많은 행동이 아닌가? 현대에 들어와 우리나라에서는 기독교가 놀라울 정도 그 교세를 확장해 나갔는데, 일본에서는 왜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기독교를 믿는지? 풀릴 수 없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어지럽게 흘러갔다.
골목길을 지나 묘지로 들어가 보았다. 어둠이 차츰 짙어지고 있었다.
혼렌지에서 나와 이번에는 반대방향으로 어둠이 깔리는 거리를 걸어갔다.
좀 더 걸어가자 개천(나카시마 가와)과 그 위에 놓인 돌다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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