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날이 흐리더니만 오호리 공원 역에서 내려 지하철 출구에 도달해 밖을 보니 어젯밤처럼 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내리는 빗줄기를 보면서 잠시 기다려 보기로 했다. 일본으로 오기 전에 본 일기예보에서는 내가 있을 동안에는 비 소식이 없었는데 어제오늘 연이어 비가 내리다니. 앞으로의 여행이 어떻게 전개될지?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빗줄기가 꽤 굵은 것이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우산을 사야 하는가, 하고 길 건너편에 보이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지하통로를 빠져나오니 다행히도 그 사이에 빗줄기가 가늘어져서 캔커피만 하나 사가지고 다시 돌아오니 비가 그쳤다. 언제 다시 비가 올지 모를 일이었으나 일단 씩씩하게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비는 그쳤지만 구름은 여전히 낮게 드리운 상태로 날도 어두웠다. 호수는 어젯밤과 같은 몽환적인 느낌 대신 잔잔한 표정으로 나를 맞이했다. 나는 어젯밤과 마찬가지로 오른쪽 방향으로 돌기 시작했다.
어젯밤에 본 왜가리와 꼭 닮은 이 왜가리는 가까이 다가가도 날아가지 않고 카메라에 자신을 맡기다가 한계선을 넘자 힘차게 날아가버렸다.
공원에 들어온 지 20분 쯤 지나자 날이 개기 시작했다.
지친 다리를 좀 쉬게 할 겸 섬 가장자리에 놓인 벤치에 앉아 수첩을 꺼내 몇 자 적어보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혼자인 내 모습이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같다는 생각을 잠시 하기도 했다.
오호리 공원의 오호리치(대호지)는 규모는 그리 크지 않으나, 세심하게 조성하고 관리해 온 유서 깊은 호수라는 것이 전날 밤과 이날 오전에 탐방을 한 다음의 전체적인 느낌이었다. 호수 중앙에 있는 세 개의 섬과 그 섬들을 연결하는 네 개의 다리가 특히 인상적이었고, 새들이 자유롭게 노니는 것 또한 이 호수를 더욱 정다운 공간으로 만들어 주었다. 무엇보다도 호수 공원으로서는 특이하게도 낚시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일본의 다른 곳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호수를 공원으로 조성하면 낚시는 무조건 금지하는 것이 현실이다). 후쿠오카 시민들에게나 타지에서 온 관광객들에게나 가볍게 산보를 하면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줄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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