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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일본 규슈 여행

일본 규슈, 나 홀로 6박 7일(6) - 후쿠오카, 오호리 공원 낮 풍경(20231028)

by 길철현 2023. 11. 22.

아침부터 날이 흐리더니만 오호리 공원 역에서 내려 지하철 출구에 도달해 밖을 보니 어젯밤처럼 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내리는 빗줄기를 보면서 잠시 기다려 보기로 했다. 일본으로 오기 전에 본 일기예보에서는 내가 있을 동안에는 비 소식이 없었는데 어제오늘 연이어 비가 내리다니. 앞으로의 여행이 어떻게 전개될지?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빗줄기가 꽤 굵은 것이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우산을 사야 하는가, 하고 길 건너편에 보이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지하통로를 빠져나오니 다행히도 그 사이에 빗줄기가 가늘어져서 캔커피만 하나 사가지고 다시 돌아오니 비가 그쳤다. 언제 다시 비가 올지 모를 일이었으나 일단 씩씩하게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전날 밤에는 보지 못했던 공원 이름이 새겨진 비석.

 

상공에서 본 오호리 공원, 인터넷

 

비는 그쳤지만 구름은 여전히 낮게 드리운 상태로 날도 어두웠다. 호수는 어젯밤과 같은 몽환적인 느낌 대신 잔잔한 표정으로 나를 맞이했다. 나는 어젯밤과 마찬가지로 오른쪽 방향으로 돌기 시작했다. 

호수 안의 야나기시마(유도) 섬으로 이어지는 간게쓰바시(관월교) 다리.
일본의 전통 예능인 노와 교겐을 공연하는 노가쿠당(능악당)
호수의 물이 빠져 나가는 곳
한 덩치 하는 개
까마귀와 왜가리, 그리고 청둥오리

 

어젯밤에 본 왜가리와 꼭 닮은 이 왜가리는 가까이 다가가도 날아가지 않고 카메라에 자신을 맡기다가 한계선을 넘자 힘차게 날아가버렸다. 

다시 포착.
출입금지가 아니라 입입금지.

 

공원에 들어온 지 20분 쯤 지나자 날이 개기 시작했다.

동물 유기 학대는 범죄.
쓰레기를 몰래 버린 사람에게 경고장을.
왼쪽 야생조류 숲은 분변으로 덮여 허였다. 중앙에 있는 섬은 가모시마 섬.
호수 반대쪽에 있는 시쓰카하시 다리. 아야메시마 섬으로 이어진다.
호수 반대쪽에 있는 아야메시마 섬.
인기만점인 대형견. 순둥이들인 듯.
낚시 허가 구역에서 낚시를 하는 일인.
아야메시마 섬과 마쓰시마 섬을 잇는 자손하시 다리
쇼게쓰하시(송월교) 다리
자라 한 마리가 카메라를 쳐다 본다.

 

지친 다리를 좀 쉬게 할 겸 섬 가장자리에 놓인 벤치에 앉아 수첩을 꺼내 몇 자 적어보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혼자인 내 모습이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같다는 생각을 잠시 하기도 했다. 

포토스팟인 우카미도(부견당).
기모노를 입은 여성들.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공원 내에 있는 후쿠오카 시립미술관에서 바라본 저수지.
후쿠오카 성벽 위에서

 

오호리 공원의 오호리치(대호지)는 규모는 그리 크지 않으나, 세심하게 조성하고 관리해 온 유서 깊은 호수라는 것이 전날 밤과 이날 오전에 탐방을 한 다음의 전체적인 느낌이었다. 호수 중앙에 있는 세 개의 섬과 그 섬들을 연결하는 네 개의 다리가 특히 인상적이었고, 새들이 자유롭게 노니는 것 또한 이 호수를 더욱 정다운 공간으로 만들어 주었다. 무엇보다도 호수 공원으로서는 특이하게도 낚시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일본의 다른 곳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호수를 공원으로 조성하면 낚시는 무조건 금지하는 것이 현실이다). 후쿠오카 시민들에게나 타지에서 온 관광객들에게나 가볍게 산보를 하면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줄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