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작가인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를 한국 배경으로 바꾸어 만든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우선 순천의 '드라마 촬영장'에 갔다가 허삼관 집과 거리가 있는 것을 보았는데, 어릴 적 내가 살던 집을 연상시키는 면이 있었기 때문에 영화에서는 어떻게 나오는가, 하는 게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영화는 배경을 5,60년대의 공주의 어느 곳으로 치환하여 허삼관이 미녀인 허옥란과 결혼에 성공하였지만, 첫째 아들이 이후 하소용과 허옥란 사이에 난 아들이라는 걸 깨닫고 위기에 처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 영화는 이런 위기에도 "따뜻한 가족애"를 강조하지만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중국 소설을 한국으로 치환하는 과정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이들이 살아가는 공간이 한국의 과거라는 느낌이 잘 안 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매혈이라는 소재를 살려, 결국에는 허삼관과 일락의 '진한 부자애'를 강조하는데, 다소 가볍고 코믹한 분위기가 이 부분에서는 거의 비극의 경지에 이르렀다가 다소 신파로 결말이 난다는 것이다.
힘든 시대임에도 사람들은 웃음으로 그 힘든 시기를 넘어가는 모습을 보이지만, 영화 전체가 중국 소설을 한국화 하여 녹여내지 못한 탓에, 영화 자체에 큰 허점이 보이지 않음에도, 또 공을 들여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관객에게 뭔가 새로움을 선사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영화 그밖의영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묘 - 장재현. 롯데시네마 상인(20240229) (0) | 2024.03.07 |
---|---|
노량 - 김한민(20231228. CGV 순천) (2) | 2024.01.08 |
오펜하이머 - 크리스토퍼 놀란. 2023(20231220) (1) | 2023.12.21 |
서울의 봄 - 김성수. 2023(20231126. 정읍 CGV) (2) | 2023.12.20 |
적벽대전 1부 : 거대한 전쟁의 시작 - 오우삼. 2008/ 2부: 최후의 결전 - 오우삼. 2009(202310) (0) | 2023.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