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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김광규

김광규 - 우리가 죽음에 관하여

by 길철현 2024. 1. 28.

우리가 죽음에 관하여 많이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죽음을 스스로 체험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더라 아주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지켜보게 될 때도 그것이 너무나 허망하여 도저히 구체적으로 설명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삶과 죽음의 구분은 기실 모든 추상적 규정을 떠나 자명한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죽음은 주체의 소멸이므로 모든 대상의 인식을 불가능하게 한다. 그러므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듣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은 결코 유보할 수 없는 삶의 권리다. 오늘날 우리의 의식과 욕망은 많이 조작되고 통제되는데 이것이야말로 진실한 삶을 기만하고 거짓된 죽음을 연습하는 어리석은 짓이 아닐까. 물론 현실과 친숙해진다는 것은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쾌적한 마취 상태보다는 깨어 있는 아픔이 올바른 삶이라고 믿는다. 단 한번 뿐인 우리의 삶을 우리의 것으로 실현할 수 있는 꿈을 맑은 정신으로 지금 이곳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김광규.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 뒷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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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의식과 욕망이 많이 조작되고 통제되는" 것에 맞서서 현실을 제대로("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런 것이 있지도 않다, 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보려고 애쓰는 것, 안이하게 대처하지 않고 힘껏 맞서는 것, 우리 삶의 중요한 덕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