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린코 호수를 나온 다음의 경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노트에 적어 둔 메모를 보니 기츠키(杵築 저축) 시를 목적지로 삼아 차를 몬 듯하다. 계획한 대로 규슈의 동해안을 따라 내려오려면 일단 작은 교토라 불리기도 하는 이 도시로 가야 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긴린코를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말 모골이 송연한 일을 겪었다. 좌측운전을 되뇌며 가고 있는데, 정면에서 승용차가 한 대 달려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역주행을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채 하기도 전에 그 차가 반대편 차선으로 넘어가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 차의 운전자가 아마도 한국인일 거라는 강한 의심이 들었다. 지나면서 보니 젊은 친구였고, 옆에 동승자도 있었는데 자칫 대형사고가 날 뻔한 상황이었다.
이 때도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현도와 국도를 이용했다. 어떤 곳에서는 내비가 안내하는 도로가 차선도 없이 좁은 도로여서 마주 오는 차량과 교행을 하는데 애를 먹었고, 길가의 풀과 나뭇가지가 차를 스치기도 했다.
좀 더 나아가자 우측 산에서 연기(수증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해안도로(10번 국도)를 따라 좀 달리다 날도 저물어가고, 기츠키 시에 간다 해도 딱히 할 일도 없을 듯하여 저녁도 먹을 겸 작은 읍 정도로 보이는 곳이 나오자 우회전해서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주차가 문제였다. 차를 몰고 골목길을 돌다가 바닷가로 나가니 부두에 넓은 공터가 나왔다. 차들이 서너 대 주차되어 있었고,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이곳에는 주차를 해도 될 듯하여 차를 세워 두고 식당도 찾고 낯선 마을 구경도 할 겸 걸음을 옮겼다.
날도 저물어 가고 해서 휴대폰만 들고 이 이름 모를 해안가 마을에서 식당을 찾아 나섰다.
역 앞이라 식당이 좀 있을 줄 알았더니 시골이라 그런지 영업을 하는지도 불분명한 데다가 먹을 만한 곳이 눈에 띄지 않았다.
간단하게 뭐라도 먹을까, 하고 편의점에 들어갔다가 구미가 당기는 것이 없어서 그냥 나오고 말았다.
일본에 와서 느낀 것 중의 하나는 자동차를 비롯하여 무수히 많은 일식집 등 일본의 것은 우리나라에 많이 들어와 있는데 반해 일본에서 한국 제품을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사실이다. 문화와 상품의 일방적인 흐름 이것이 언제 방향전환이 될지? 아니 적어도 어느 정도 적절한 균형을 찾게 될지?
식당을 찾는 것도 어렵고 흥미를 끄는 곳도 없어 주차한 곳으로 돌아와 식당과 숙소를 찾아 다시 길을 떠났다.
내가 찾은 이곳은 히지(日出 일출)라는 곳으로 벳푸와 기츠키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이름이 일출이긴 하지만 일출의 명소로 이름이 높은 곳은 아닌 듯하다. 인구 2만 8천 명 정도의 정(町)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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