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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일본 규슈 여행

일본 규슈, 나 홀로 6박 7일(28) - 오이타 시에서 숙소 찾아 삼만리(20231030)

by 길철현 2024. 2. 7.

식당을 찾기도 힘드니, 호텔은 더더욱 힘들 것 같은 히지를 뒤로 하고, 벳푸에서 숙소를 찾아 보기로 했다. 벳푸가 온천 도시라 숙소가 많을 것이고, 료칸은 비싸겠지만 그래도 싼 호텔이 있지 않을까 하는 추론을 했던 듯하다. 히지에서 20분이 채 안 걸려 벳푸 시내로 들어섰다. 

왼쪽에 위치한 탑은 전망대인 벳푸 타워

 

10번 국도를 따라 동쪽 해안을 내려오다, 시내에서 우회전에서 계속 갔더니 호텔은 보이지 않고 오르막이 계속되고 길은 자꾸 좁아졌다. 이렇게 올라만 가다간 전날 나가사키에서 차를 렌트한 직후에 겪었던 어려움을 다시 겪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다시 좌회전을 해서 길을 내려왔다. 길 건너편에 큰 호텔이 하나 보였으나 비쌀 듯해 그냥 지나쳤다. 전날 사가 현의 현도인 사가 시에서 저렴한 호텔을 찾은 것처럼 여기 오이타(大分 대분) 현의 현도인 오이타 시에서 숙소를 구하는 것이 나을 듯해 그쪽으로 차를 몰았다. 

오른쪽 NHK 뒤로 보이는 고층 건물은 4성급 호텔인 니코 오이타 오아시스 타워.

 

벳푸에서 오이타까지도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오이타는 전날 묵었던 사가보다 고층 건물도 많고 훨씬 번화했다. 국내 여행 때 하는 것처럼 내비에다 호텔이라고 치니 여러 곳이 떴다. 제일 위에 뜬 렘브란트 호텔이 내가 있는 곳에서 1km 정도로 아주 가까웠고 친숙한 화가의 이름이라서 친밀감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호텔로 가보니 고급스러워 보이는 대형 호텔이었을 뿐만 아니라 대로변이어서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이때부터 나는 하룻밤 묵을 호텔을 찾아 오이타 시내를 뺑글뺑글 돌기 시작했다. 

 

가격이 일단 문제였으나 소음에 민감한 편이라 무엇보다 대로변은 피하고 싶었다. 그런데, 오이타의 대부분의 호텔들은 대로변에 있었고, 위치가 괜찮은 듯하여 찾아간 곳은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만실이었다. 오이타 역 주변에는 우리의 모텔 급 호텔들이 몇 군데 보였으나 그곳 또한 너무 시끄러울 듯했다.

구글. 모텔 급 호텔. 이 호텔 또한 대로변이다.

 

또 Areaone이라는 호텔이 골목에 있어서 내비를 따라가 보았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내비가 폐업한 곳을 안내해 준 것인가 의아해하면서 몇 군데 다른 곳을 찾아갔다가, 이번에는 여행 예약 어플인 아고다로 호텔을 검색하다 이곳에 갔다는 것을 모른 채 다시 한번 이 호텔로 향했다. 골목이 낯이 익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호텔이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전 이곳을 지날 때는 못 보고 지나친 모양이었다. 하지만 간판에 불이 꺼진 상태였다. 

구글 사진

 

그래도, 문의는 한 번 해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해서 뒤편 골목으로 주차장을 찾아가 보았더니 좁은 골목이 차로 분주했다. 나처럼 이 호텔은 찾은 차가 주차를 하려다가 방이 없다는 걸 알고 다시 차를 빼는 상황인 듯했다. 

 

숙소를 찾을 수는 없고 낯선 오이타 시내를 2시간 가까이 뺑글뺑글 돌다 보니 머리도 아파 오고 무엇보다 이러다 사고가 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까지 들었다. 숙소를 찾아 헤매는 것이 처음에는 그런대로 흥미로운 놀이 같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 되고 말았다. 이제는 정말 아무 곳에서라도 자야겠다는 심정으로 다시 아고다로 검색을 해보았는데, 제일 처음 찾아갔던 렘브란트 호텔이 나의 생각과는 달리 5만 7천 원 정도밖에 하지 않았다. 고급 호텔로 비치던 곳이 이 정도밖에 안 한다는 것이 잘 믿기지 않았지만 이 정도면 소음을 좀 감수하고 자도 되겠다는 생각에 얼른 예약을 했다. 그런데, 중간에 여러 가지 부가비용이 붙는 것인지 최종 결제 금액은 7만 2천 원이었다. 그래도 지금 상황에서는 감지덕지였다.   

 

지친 탓인지 호텔 옆 건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실수를 한 다음에야 무사히 호텔 주차장에 차를 세울 수 있었다. 호텔은 좀 낡긴 했으나 시설이 나쁘지는 않았다. 이 정도의 가격에 묵을 수 있다는 것이 잘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이때 시각이 9시 반. 서둘러 짐을 방에다 내려놓고 늦은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섰다. 

행복을 실현해준다. 정치가?
코사지(광서사)
센트포르타추오마치(セントポルタ中央町) 쇼핑몰.

 

길 건너 보이는 통로에 늦은 시각인데도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 가보았다. 어떤 식당은 막 영업을 종료하고 있었고, 어떤 곳은 10시까지 영업을 하는데 2층이라 올라가지 않았다. 

 

좀 더 거리를 걷다가 사람들이 꽤 있는 식당을 하나 발견하고는 그곳으로 들어갔다. 주방 바로 앞 중앙에 바처럼 길고 좁은 테이블에 빈자리가 있어서 거기에 가 앉았다. 주문을 하려고 하니 어린 여자 직원이 뭐라고 하는데 무슨 말인지는 못 알아들었지만 손짓으로 보아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라는 말인 듯했다. 

다카사키야(고기가). 이곳은 라면을 전문으로 하는 체인점이었다.

 

그림을 보고 군만두가 나오는 1000엔짜리 A 세트를 시켰다. 맥주도 한 잔 하고 싶어서 여자 직원에게 "비루"라고 말했더니, 그녀는 키오스크에서 눌러야 할 곳을 알려주었다. 배가 고팠던 탓일까 아니면 숙소를 찾느라 고생을 했기 때문일까? 나는 내가 먹고 있는 것이 라면인지 국수인지도 잘 모른 채 만두와 함께 맛있게 한 그릇을 비워나갔고, 맥주도 한 잔 더 주문해서 기분 좋게 마신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도 거리 풍경을 사진에 담아보았다. 

낮술?
이런 자그마한 술집에서 술 한 잔을 하고도 싶었지만.
숙소를 찾으면서 이곳도 보긴 했는데 호텔인지 몰라서 가지 않았다. 골목 안이라서 조용할 듯. 하지만 이곳도 시간제로 돈을 받는 러브호텔인 모양이다.

 

내가 묵은 렘브란트 호텔은 방도 크고 무엇보다 욕조가 큰 것이 마음에 들었다. 욕조에 물을 받아 하루 종일 돌아다니느라 피곤해진 몸을 달랬다. 

 

텔레비전에서는 영어 방송이 나오는 곳이 있어서 잠시 보았는데, 1990년대에 인기가 있었던 미국 시트콤에서 챈들러 빙 역할을 맡았던 매슈 페리가 사망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정확한 사인은 불분명하다고 했는데, 영어 공부를 위해 또 재미 삼아 반복해서 보았던 이 시트콤의 주인공 중 한 명이 죽었다는 소식이 나를 안타깝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