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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일본 규슈 여행

일본 규슈, 나 홀로 6박 7일(30) - 아소산 : 나카다케 분화구 1(20231031)

by 길철현 2024. 2. 21.

하라지리 폭포를 떠나 한 시간 가량 달렸을까 오른쪽(북쪽)으로 몇백 미터 높이의 고원이 아주 길게 이어지는 아주 독특한 지형이 내 시선을 사로잡으며 궁금증을 자극했다.

구글
57번 국도, 아소 시 초입

 

57번 국도를 따라 아소 시로 들어온 다음 111번 현도를 따라 오르막을 올라갔다. 

어떻게 이런 지형이 생긴 것일까? 아소 산으로 향하는 내내 내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고원 너머 북쪽에 위치한 고산들은 코코노에에서 남쪽으로 보이던 구주연산으로 보인다.

 

그리고, 남쪽으로는 높은 산들이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내 목적지가 정확히 어느 산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아소산도 산 하나만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운젠산이나 구주(연)산과 마찬가지로 이 산들을 통칭하는 용어인 듯했다. 아마도 오르막이 끝나는 지점에서 분화구를 볼 수 있는 곳일 터였다(입장이 가능한지는 불분명했지만). 

 

[짐작대로 아소산은 '다카다케(高岳 고악, 1,592.3m), 나카다케(中岳 중악, 1,506m), 네코다케(根子岳 근자악, 1,433m), 에보시다케(烏帽子岳 오모자악, 1,337m), 기시마다케(杵島岳 저도악, 1,270m)를 통칭하는 명칭이며, 아소오악(阿蘇五岳)이라 부르기도 한다. 지금도 여전히 활동중인 나카다케 분화구가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아소산 간략 지도. 독학왕 블로그에서 캡쳐. 아소산 공식 블로그에 올라와 있다고 하는데 이 지도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이 지도에는 아소오악 중에서 에보시다케(쿠사센리가하마 남쪽에 위치)가 빠져있고, 대신에 오조다케(1,235m, 지도에는 오우죠우다케라고 표기)가 표시되어 있다.
왼편이 네코다케, 오른편은 나카다케와 다카다케로 이어지는 산줄기.
안내판 하단에 아소산상(Aso Volcano) 16km라고 되어 있다.
우마주의

 

중턱에 오르자 도로 양쪽은 넓은 초원을 이루고 있었고, 방목하는 소와 말들이 눈에 띄었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이국적인 광경이었다. 

말과 소들이 너무 멀리 있어서 알아보기 힘들다.
고원이 너무 신기해서 다시 한 번 찰칵.
이 민둥산은 아소오악 중 하나인 키시마다케(1270m). 이 산 정상부에도 분화구가 있다.

 

 

오르막을 다 오르자 작은 무료주차장이 나왔다. 빈 자리가 없어서 좀 기다려야 했는데, 이내 앞의 차들이 빠져나가 차를 세울 수가 있었다. 내 뒤에 있던 차도 뒤이어 들어왔는데 젊은 여자의 입에서 한국말이 나왔고, 뒷자리에서는 부모님으로 보이는 분들이 차에서 내렸다. 좀 구경을 하고 다시 돌아왔을 때 작은 소동이 있었다. 나이 드신 분이 모는 경차가 주차장을 나가는데 실수로 연석을 넘어가 차가 다소 심하게 기우뚱 거렸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그분이 차를 후진해서 다시 한번 연석을 넘어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가운데 주차해 둔 오토바이와 부딪힐 듯하자 오토바이 주인이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차는 부딪히기 직전에 멈췄다가 이번에는 제대로 빠져나갔다. 사고가 일어날 뻔한 순간이었다. 

이 간이주차장을 쿠사센리 전망대 주차장이라고 부른다고.

 

이 간이주차장에서 남쪽으로 내려다보니 아주 넓고 평평한 초원지대와 그 너머 산이 눈에 들어왔다. [이 초원 지대는  쿠사센리가하마(草千里ヶ浜, 줄여서 쿠사센리라고도 한다)라고 하는 곳으로 이곳 또한 아주 오래전엔 분화구였던 곳이 퇴적물이 쌓여 분지 형태가 된 것이라고 한다. 천리나 되는 초원 지대라는 건 지나친 과장이지만 해발 천 미터가 넘는 곳에 그 면적이 78.5헥타르(0.785제곱킬로미터)나 되는 이런 분지 지형이 있다는 건 놀랍다. 원래 이곳에는 말과 소를 방목하고, 또 승마 체험을 하기도 하는 곳인데 이날은 그냥 텅 빈 공간이다. 또 내가 찾았을 당시에는 메말라 있지만 우기에는 호수가 생겨나 더욱 아름답다. 그리고, 쿠사센리가하마 뒤로 솟아오른 산은 아소오악 중의 하나인 에보시다케(1337m)이다.]

'여행에 대한 사색' 블로그에서 가져옴. 2019년 5월에 찍은 사진.
올라오면서 보았던 키시마다케. 이 산은 4천 년 전에 형성된 젊은 화산이다.

 

주차장에서 좀 더 높은 곳에 있는 또 다른 전망대까지 걸어올라가 보았다.  

북쪽으로 바라본 풍경.

 

아랫부분에 제주도의 오름을 연상시키는 작고 귀여운 산이 내 시선을 끌었다. 

80m 높이의 코메즈카(米塚 미총). 사발을 엎어놓은 듯한 이 산은 3,300년 전 화산 분출로 생성되었다고 한다. 보호를 위해 올라가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갈대들이 완연한 가을빛을 띠고 있다.
쿠사센리 주차장. 위쪽으로 보이는 산은 나카다케. 그 아래에 분화구가 있다.

 

이때 시각은 벌써 열두 시 반을 넘고 있었다. 허기진 배를 달랠 겸 아래에 있는 큰 주차장(쿠사센리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들어가는 입구에서 주차료를 징수하고 있었다. 500엔. 유료주차장인 줄 알았으면 조금 전 간이주차장에다 차를 세워두고 걸어내려 와도 되었는데. 기분이 좀 나빴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보니 건물이 여럿 있었는데 모두 식당 아니면 카페인 듯했다. 인도 음식을 파는 곳도 있었는데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그 옆 건물로 가 입구에 있는 메뉴판을 보니 흥미롭게도 '말고기 회(Horse Meat Sashimi)'가 있었다. 말고기는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지만 도전하는 마음으로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했다. 1700엔으로 가격이 좀 있는 편이었다. 빈 자리에 가 앉아 있자니 모니터에 내 번호가 떠 배식대에서 받아서 돌아왔다. 그런데, 나온 음식은 이상하게도 '함박 스테이크'였다. 어떻게 된 영문인가 했는데, 주문할 때 정확하게 보지 않고 가격이 같은 것만 보고 잘못 누른 모양이었다(그게 아니라면 '말고기 회'를 먹는 것이 좀 두려웠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곳에서도 주차료를 받는 것에 대한 화, 주문을 잘못한 것, 이런저런 상황으로 머리가 다소 복잡했기 때문일까? 자리에 앉아 숟가락을 들고 어쩌고 하다가 미소 된장국을 엎지르고 말았다. 휴지로 탁자 위에 흘린 국물을 닦고 있는데 청소하는 분이 바로 옆에 왔다. 내가 손짓으로 엎지른 곳을 가리키자 그 분은 알았다고 말하는 듯했으나 표정이 그리 밝지는 않았다. 옆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하다가 휴지가 더 필요해서 자리에서 일어나 살펴보다가 '미소 된장국'은 리필이 된다고 한글로 씌어 있었다. 조금 밖에 남지 않은 국을 가득 채우고 나니 어지러운 마음이 진정이 되는 듯했다. 약간의 소동. 

초점이 맞지 않아 흐릿하다.
요리받은 장소. ㅎㅎㅎ

 

식사를 마치고 나와서 보니 주차장 제일 왼쪽에 있는 건물은 '아소화산박물관'이었다. 분화구를 보러 가는 길인데 박물관까지 들어갈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해서 가볍게 패스했다. 

 

분화구를 향해 출발하려는데 이번에는 보닛 버턴을 누르고 말았다(왜 그랬을까?). 들어올렸다가 닫아야 할 터인데 이것도 우리나라와는 방식이 다른지 잘 되지 않았다. 난감해 하고 있으니까 지나가던 남자가 도와주었는데, 어떻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거듭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라고 말했다. 

 

이제 분화구를 향해 출발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