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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별 영국 문학작품 해설/셰익스피어 소네트

윌리엄 셰익스피어 - 소네트 6 (William Shakespeare - Sonnet 6)

by 길철현 2024. 8. 26.

그러니 겨울의 거친 손이 그대를 증류하기 전에
그대의 여름을 상하게 하지 마라.
유리병을 향그럽게 하고, 거기에 미의 보배를 저장하라,
그것이 소멸하기 전에.
이렇게 활용하는 건 금지된 고리업이 아니라
즐거이 빚지고 갚는 자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자,
그대 자신을 위해 또 하나의 그대를 길러냄이라.
하나가 열이 되면 세상은 열 곱 더 행복하게 되고,
그 열 명의 그대가 열 번 다시 그대를 재생한다면
지금 그대보다 열 곱 더 행복하리라. 
후손 속에 그대가 살아남는다면 
그대 떠난들 죽음이라도 제 어찌하리?
   고집을 부리지 말라, 죽음에 정복되어
   벌레들을 후계자로 만들기에는 그대는 너무도 아름답도다.
              
                                                            (피천득의 번역을 약간 수정)
 
-- 좋은 말도 한두 번이라는 말이 있다(이 말 또한 너무 많이 사용되는구나). 후손을 남기어 그대의 미를 영속하게 하라는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도 자꾸 반복되다 보니, 물리는 느낌이 있다. 하지만 바꾸어 생각해 보면 셰익스피어가 후손을 통해서라도 우리의 영속성을 지속시키려는 시도는, 우리의 삶이 얼마나 짧고(?) 덧없는가 하는 걸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점은 셰익스피어와 같은 해에 태어났으며, 셰익스피어보다도 먼저 명성을 얻었던  크리스토퍼 말로(셰익스피어와 마찬가지로 극작가이자 시인이다)를 생각해 볼 때 더욱 그렇다. 말로는 29살의 나이에 의문사하고 말았던 것이다. 
 
존 던을 비롯하여 17세기 영국 시인들의 한 무리를 '형이상학파 시인들'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시에 논증이나 수학, 과학 용어를 사용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는데, 이들보다 조금 시대를 앞서 시작을 했던 셰익스피어 또한 이 소네트에서 상업 용어와 이자 개념의 숫자 계산을 사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하나가 열이 되고, 또 열이 한 명 씩의 후손만 낳는다 해도 지금보다 열 배는 행복할 것이라는 표현은 상당히 흥미롭다. 
 
영시에서의 이러한 전통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전반에 활동한 시인인 A. E. 하우스먼의 시 "가장 어여쁜 나무"(The Loveliest of Trees)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제 내 칠십 평생에
    스물은 다시 오지 않으리.
   일흔 번의 봄에서 이십을 빼면
   고작 쉰만이 내게 남을 뿐.
 
   Now, of my threescore yeats and ten,
   Twenty will not come again,
   And take from seventy springs a score,
   It only leaves me fifty more.
 
김종길(김치규)은 한국시에서 이렇게 숫자 계산을 사용한 예로 조선 후기의 시인인 남우촌(남상교)의 시를 들고 있다. 
 
    이 할은 연기풀 삼 할은 한
    오리의 강다리 만리를 달리는 마음            
   
    二分烟草三分恨
    五里江橋萬里心
 
 앞 행은 '봄에 안개끼는 것이 연기풀보다 한에 가깝다'는 말인데, 연기풀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다(설마 담배?).  
 
 
Then let not winter’s ragged hand deface,
In thee thy summer, ere thou be distilled:
Make sweet some vial; treasure thou some place
With beauty’s treasure ere it be self-killed.
That use is not forbidden usury,
Which happies those that pay the willing loan;
That’s for thy self to breed another thee,
Or ten times happier, be it ten for one;
Ten times thy self were happier than thou art,
If ten of thine ten times refigured thee:
Then what could death do if thou shouldst depart,
Leaving thee living in posterity?
Be not self-willed, for thou art much too fair
To be death’s conquest and make worms thine heir.
 
(1609년 사절 초판)
 
THen let not winters wragged hand deface,
In thee thy ſummer ere thou be diſtil’d:
Make ſweet ſome viall;treaſure thou ſome place,
With beauties treaſure ere it be ſelfe kil’d:
That vſe is not forbidden vſery,
Which happies thoſe that pay the willing lone;
That’s for thy ſelfe to breed an other thee,
Or ten times happier be it ten for one,
Ten times thy ſelfe were happier then thou art,
If ten of thine ten times refigur’d thee,
Then what could death doe if thou ſhould’ſt depart,
Leauing thee liuing in poſterity?
Be not ſelfe-wild for thou art much too faire,
To be deaths conqueſt and make wormes thine heire.
 
(No Sweat Shakespeare) 산문 해설
 
So don’t let winter’s ragged hand disfigure that summer in you before your essence is distilled. Fill some vial; enrich some woman’s womb with the treasure of your beauty before it dies. The interest from that would not be illegal lending if it made the willing borrower happy, which would happen if the loan was to breed another of yourself. Or ten times better if the interest were ten for one. Ten of yourself would be better than just one of you, with ten of your children existing, making ten images of you. Then what effect could death have if you should die, leaving you alive after your death? Don’t be obstinate because you are far too beautiful to be the victim of death and have only worms as your heirs.
 

 
 
 
(피천득 옮김)
 
그러니 엄동의 거친 손으로 
그대의 여름을 상하지 못하게 하라, 그대 증류되기 전에.
한 고운 병을 만들어 거기에 미의 보배를 저장하라.
그것이 자멸되기 전에.
이런 활용은 금제된 고리업이 아니고,
즐거이 빚지고 갚는 자에게 행복을 주도다.
또 하나의 그대를 양육함은 그대 자신을 위함이라.
하나에서 열이 되면 세상은 열 곱 더 행복하게 되고,
그 열배가 열 번 다시 그대를 재생하면
지금 그대보다 열 곱 더 행복하리라.
죽음인들 제 어찌하리?
후손 속에 그대를 남기고 떠나간다면. 
   고집을 부리지 말라, 그대는 너무도 아름답도다.
  죽음에 정복되고 벌레들을 후계자로 만들기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