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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시우리 그 길에서

by 길철현 2024. 9. 11.

이 길의 주인은 풍경이다

가을을 두드리는 비가

젖은 논이며, 집이며, 나무와 먼 산을 

다시 적시고

낡은 우산을 뚫고 들어와 나를 적시고

소리로 가득 찬 적막을 나는 걸어간다

풍경이 주인인 이 길을 걸어간다

슬픔은 지나갔어도

슬픔의 기억은 떠날 줄 모르고

우산을 뚫고 나를 적시는 비처럼

나는 여전히 허우적거린다

논두렁을 따라 난 이 좁은 길은

어디쯤에서 끝이 나는가

그래, 이 길이 끝나는 곳까지만 슬퍼하자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길은 이어지고

빗줄기는 자꾸만 굵어져 가고

도랑물은 와랑와랑 울어 젖히는데

난데없이 빗속을 떨치고 날아오르는 새 한 마리

 

빗속을 떨치고

날아오르는 

한 마리

 

* 시우리는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20050831)

                                      (20101011)

                                      (20140408)

                                      (202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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