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의 주인은 풍경이다
가을을 두드리는 비가
젖은 논이며, 집이며, 나무와 먼 산을
다시 적시고
낡은 우산을 뚫고 들어와 나를 적시고
소리로 가득 찬 적막을 나는 걸어간다
풍경이 주인인 이 길을 걸어간다
슬픔은 지나갔어도
슬픔의 기억은 떠날 줄 모르고
우산을 뚫고 나를 적시는 비처럼
나는 여전히 허우적거린다
논두렁을 따라 난 이 좁은 길은
어디쯤에서 끝이 나는가
그래, 이 길이 끝나는 곳까지만 슬퍼하자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길은 이어지고
빗줄기는 자꾸만 굵어져 가고
도랑물은 와랑와랑 울어 젖히는데
난데없이 빗속을 떨치고 날아오르는 새 한 마리
빗속을 떨치고
날아오르는
새
한 마리
* 시우리는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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