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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재인폭포에서

by 길철현 2024. 10. 15.

어둠과 안개를 뚫고

또 다시 네 앞에 섰다

어느덧 노년을 바라보는 나이건만

마치지 못한 숙제가 한둘이 아니다

 

협곡을 집어 삼킬 듯

뜨거웠던 여름을 뒤로 하고

한층 차분해진 목소리로 

허공을 가르며 떨어져 내린다

 

네가 건네는 말을 들으려

귀를 세워 보지만

 

 

 

 

 

넌 나에게 말을 건네고 있는데

 

하지만 귀가 어두운 것인가

너처럼 벼랑 끝에 날 세워야 하는가

차분히 건네는 너의 말을 

도무지 알아듣지 못한다

 

어느덧 노년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금시라도 누구를 베어버릴 듯

시퍼렇게 날이 서 있는 내 정신의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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